사망자 느는데 언론사 로비 멈추지않아
SK케미칼·애경·환경부 등 34명 재판에
검찰, 전 SK케미칼 대표 등 34명 기소
2011년 가습기 참사 8년 넘게 허송세월
가해기업 피보상 재판결과 따라 결정미뤄
애경산업 뒷돈 받은 환경부 서기관 재판
독성물질 예외 조항 그대로 택했다면 후회

가습기살균제 참사 8년, '정부·SK·애경' 공범

김영민 기자 | news@ecoday.kr | 입력 2019-08-28 23: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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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1.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 "문 대통령께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는데 무엇이 문제냐."

#2. 조명래 장관 "보상과 관련 일부 방안을 약속해 이 방안을 시험 준비중이다."

#3. 박동석 옥시RB 대표 "피해보상 노력은 하겠지만 전문가의 판단을 통해 걸치겠다. 정부에서 관리 감독을 철저하게 했더라면 참사가 일어났겠나"

세월호 아픔 그 이상으로 분류된 사회적참사 진상규명 가습기살균제 청문회가 이틀간 일정으로 일단락됐다. 예상했던대로 반쪽짜리 청문회가 됐다. 피해자가족들은 오열과 성토를 환경부 전현직장관에서부터 가해 기업 전 대표와 관련자들 발언이 가슴에 비수를 꽂는 꼴이 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망자가 KEITI 집계를 기준으로 1431명이 공식사망자로, 멀지 않아 1500명으로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살균제로 투명중인 이들만 수백여 명이 넘기 때문이다.

검찰이나 가습기특별조사위원회는 쟁점이 됐던 '왜 PHMG와 PGH의 독성 자료가 거의 없는가. 자료가 없이 어떻게 시장에 판매를 허용됐는가.'에 관심사였다. 이 2가지의 질문과 답은 10년이 넘게 지난 늦어도 8월말부터 본격적인 가해자들에게 대해 재판에서 진실을 가르게 됐다.

만약, 1991년에 시행된 국내법이 미국 TSCA의 1976년 용도변경, 1984년 고분자물질 면제의 예외 조항을 그대로 채택했다면, 가습기살균제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화학물질 위해성 전문가들은 "PHMG와 PGH의 행로는 판이하게 달라졌을 것이다."고 함축했다.

물론 풀리지 않는 의문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1984년 이미 미국에서 면제의 예외 조항이었던 양이온성 고분자물질(PHMG, PGH 해당)이 왜 국내법에는 없는가. 배경에는 당시 우리 정부는 대기업을 취급하는 화학물질 규제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더 나아가 청와대까지 계속해서 압박을 했다.

이를 두고 국내법 제정에 과학기술적인 고려 능력 부족, 국내 기업의 보호 차원에서 로비에 중앙부처가 뺐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의 호주는 1999년 산업용화학물질(등록 및 평가)법을 시행했다. 1993년 시행령에 양성이온성 고분자 면제를 예외 조항으로 다뤘다.


우리 환경부, 보건복지부, 식약처, 산업통상자원부 모두의 책임일 수 밖에 없다. SK, 애경 등 가습기 살균제를 인체 무해성을 단 0.1%라고 의심하고 충분한 역학조사만 했다면 1431명의 생명을 빼앗아가지는 않았다.

최예용 가습기살균제피해조사특위 부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징벌적 처벌제도 도입은 당연하며 책임회피 제조사는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며 "제품개발단계에서 피해가능성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판매과정에서 피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장기간 소송으로 회피하는 회사는 철퇴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해성 사전에 알고도 제품 판매한 고의적인 경우만 징벌처벌 대상으로 하는 기존 인식에 추가 역시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화관법 시행은 국내 기업들에게 막대한 손실과 재투자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고 전경련을 통해 국회측에 로비가 있었다.

지난해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SK, 애경 회사 대표를 불러, 책임을 물었을 때, 비로소 책임을 통감하는 아니한 태도도 이번 재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 때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환노위 소속 위원들의 질문에 검찰 수사결과 이후 SK, 애경 등 관련기업들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답했다.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1994년 11월 16일 국내 경제지에 당시 유공(SK케미칼, 현재 SK디스커버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최초 개발했다고 시판한다고 했다.

이듬해 한 중앙일간지에 가습기메이트 제품 시판 공고를 실었다. 2000년~11년까지 옥시싹싹가습기당번은 12년간 453만개를 팔았고 51억 매출을 올렸다. 이후 사용자 피해신고 650여건, 이중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만 144명에 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부는 뒷짐만 쥐고 있었다. 사실상 사실을 은폐하거나 언론 보도를 막는데 급급했다.

2002년 6월 서울에 사는 5세 여자아이가 가습기(옥시싹싹)로 인해 첫 사망자로 접수됐다. 이때까지도 언론은 침묵했다. 2003년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은 자료에서 호주정부기관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근거로 'PHMG의 흡입독성이었고 상온에서 분말형태로 존재해 비산시 호흡기 노출 가능성으로 별도의 보호장지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2000년 중반부터 2011년까지 옥시싹싹 비롯 세퓨 등 수입제품과 롯데와이즐렉 등 대형할인마트 자사제품 등 약 20여종은 연간 60만개를 팔았다.

이래저래 가습기 청소목적으로 팔린 살균제는 국내에서만 980만개 이상이 시판됐다. 물론 이 제품들이 해외로 판매됐다는 수치는 집계조차 없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은 SK케미칼, 애경산업, 환경부 관계자 등 34명 대부분을 유죄판결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까지 무려 8년의 허송세월을 보냈다. 피해자 가족들은 시민단체와 함께 지난해 11월 관련자 14명을 고발하며 올바른 수사를 촉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재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CMIT·MIT 원료의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가해자는 있지만 처벌을 하지 못한 배경은 살균제 참사를 놓고 물타기 법정소송으로 시간을 끌어왔다. 이 와중에 가해 기업들은 친기업성향의 경제지 등을 광고 등으로 포섭하는데 열을 올렸다.

2011년 서울 시내에서 산모 7~8명이 폐가 굳어 사망 사건 역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것으로 잠정 결론났다. 2016년 1월 검찰 특수팀은 전 옥시 대표 등을 구속기소와 함께 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관계자들을 업무상치사상으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PHMG 원료가 가습기살균제게 쓰이는지 몰랐다'고 항변한 발뺌만 했다. 환경부는 질병관리본부에서 문제가 있음을 파악됐는데도 수 년동안 침묵으로, 당시 전 환경부 장관에게까지 보고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때까지도 환경부는 산업부 눈치를 보며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가해측에 입장에 서 있었다.

환노위 소속 이정미, 한정애, 전현희 의원은 국감에서 가해자측 회사 대표 관계자들을 불러 증언석에 세우고 피해사실을 요청했다.


2018년 11월 재수사에서 1994년 최초 가습기살균제 개발 당시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를 주목했다.
그 때 시험결과 노트 등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처음 개발부터 사람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명확한 안전성 검증이 안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증거로 서울대 이영순 교수팀은 '안전성 검증을 위해선 추가적인 흡입독성 시험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관련 제조사는 시판중단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재판부에 다툼 핵심은 검찰 재수사대로 SK케미칼은 2000년 가습기메이트 사업을 인수해 2002년부터 애경산업과 공동으로 제조·판매 이후 안전성에 관한 과학적 검증 조치는 않은 배경이다.

이러는 동안 이미 시판된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의가 잇따랐다. SK케미칼은 자사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본사측에 항의 등을 했지만 아니하게 혹은 감추거나 처리했다.

재판부는 가습기메이트를 공동제조한 SK케미칼 전 대표와 애경산업 전 대표 등 11명, OEM 방식으로 제조한 필러물산측 2명, 가습기메이트를 PB 상품 판매한 이마트 관계자 2명을 과실치사상으로 기소한 상태다. 또 SK케미칼, 애경산업이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부분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애경산업은 비윤리적인 형태를 취했다. 회사 관련자들이 금품과 향응으로 환경부 감사 자료를 비롯해 CMIT·MIT 건강영향평가 결과보고서 등을 환경부로부터 빼냈다. 환경부 최 모 서기관은 애경산업 측에 "압수수색에 대비해 자료를 다 없애라"고 증거인멸까지 했다.

8년만인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측은 공식 사과했다. 환경부는 피해자 인정 범위 확대와 지원 확대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청문회장에 선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와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은 피해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최 전 대표는 "가습기살균제에 피해를 입고 고통 당하신 피해자분들, 또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SK케미칼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국민 여러분들께 대단히 송구스러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 사회적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애경 채 부회장은 "결과가 나오면 그것에 맞는 대응을 하겠으며 사회적 책임을 성실하게 질 것"이라면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는데 현재 지연된 상태라고 알고 있다."며 "성심껏 확인 소통해서 조금이라도 낫게 하겠다."고 사과의 뜻도 밝혔다.

증인인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도 "앞으로 피해자분들의 마음을 풀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으며 진행되다 멈춘 보상 건에 대해서도 피해자와 소통해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풀어드리겠다."고 말했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은 "판결이 나오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 부회장은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고 애경이 부도덕한 기업은 아니다."고 회사를 보호하는 발언도 잊지 않았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현재는 건강 피해를 인정하는 범위를 규정해서 법에 적혀있지 않은 질환을 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다는 게 확인되고 건강이 악화됐다면 무조건 피해를 인정하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가습기 피해구제 특별법'에는 피해자는 1단계에서 4단계까지 구분되고, 피해가 인정되는 증상은 폐질환·천식·독성 간염·폐렴·태아 피해·기관지확장증 등으로 한정돼 있다.

특조위는 환경부를 대상으로 가습기살균제에서 검출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독성 물질을 제대로 관리·감독 여부를 집중 검증했다. 특조위는 환경부가 독성 물질을 소극적으로 관리하는 등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증인으로 나선 윤성규 전 장관은 당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관리법'을 통과시키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황전원 특조위 상임위원은 "옥시를 편드는 것은 아니지만 배보상 문제에 있어서는 보상했다."며 "SK와 애경은 한국 사람을 상대로 잘못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인색하게 해서 사건을 키웠다."며 진심어린 사과와 배보상을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황필규 특조위 비상임위원은 "진실규명에 대해서 스스로 밝혀야 하며 적어도 피해자의 어느 수위까지는 책임져야 하는지 밝혀야 한다."며 가해기업 증인을 향해 따졌다.

 
환경부 산하 KEITI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공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지금까지 6509명인 것으로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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