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군사기지서 공원으로 '온전한' 전환 필요
글 녹색연합 신수연 정책팀 팀장

[기고] 미군기지 반환 협상의 문제와 우리 사회의 과제

온라인팀 | news@ecoday.kr | 입력 2020-07-13 07: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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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데일리 온라인팀]한반도 전역에 흩어져 있는 100여개 미군기지를 2개 권역(평택·오산/부산·대구)으로 집중재배치하는 '미군기지 이전사업'이 막바지 단계에 있다. 2000년 미국의 요구로 시작된 미군기지 이전사업은 '연합토지관리계획(LPP)'(2002년), '용산기지이전협정(YRP)'(2004년)으로 구체화된다. 전방에 배치된 부대를 후방으로 분산 배치하고, 고정된 병력을 신속한 기동군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방위에 한정하지 않고, 중국을 견제하는 등 동북아 지역 방위로 확대하는 움직임이다. 당시 시민사회는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이 군사적 대결이 첨예한 동북아를 군비경쟁으로 몰아넣고 전쟁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비판했다.


특히 미군에게 새롭게 360만평의 땅을 제공하도록 강요받은 평택을 중심으로 미군기지 확장저지 운동(2004년~2006년)이 격렬했다.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겪으며, 여의도 면적 다섯 배의, 단일 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가 평택에 지어졌다. 전체 부지 건설비 100억 달러 중 한국이 92%를 부담했다. 이렇듯 '새집'을 제공하면서 70년 이상 미군이 사용한 '헌집'도 줄줄이 돌려받고 있다.

미군이 떠난 자리에는 반환 대상 미군기지는 총 80개로 이미 반환된 곳은 58개이며, 반환 예정인 곳은 용산 미군기지(메인포스트, 사우스포스트, 캠프 킴, 캠프코이너 등 9개) 포함 22곳 이다.(2019년 12월 기준)

미군기지 반환 절차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합동위원회 산하 ▲시설분과위원회의 반환 절차 개시 ▲환경분과위원회의 협의 ▲합동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통해 이뤄진다. 미군기지 이전협정이 이미 체결됐음에도 개별 기지에 대해 반환 협상을 하는 이유는 '기지 내부의 환경오염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때문이다. 통상 해방 이후 최근까지 군사기지로 사용해 유류, 중금속, 각종 유해물질로 오염된 땅을 정화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지난해 12월 반환받은 부평·원주·동두천의 4개 미군기지의 정화비용은 정부추산 무려 1140억 원이다. 부평 미군기지의 경우, 발암물질 다이옥신에 대한 토양정화 국내기준도 없고, 정화방법도 알지 못했기에 기준을 정하고 정화 방법을 실증 실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최근 춘천의 캠프 페이지 사례처럼 이미 돌려받고 정화작업까지 마쳤지만, 문화재 발굴이나 공원화 과정 중에 오염원이 추가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동두천 미군기지 캠프 캐슬 반환 직후, 유류로 오염된 경계 부지를 굴착한 모습


​미군기지 반환협상이 오염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다 교착 상태에 빠지고, 결국 한국 정부가 정화비용을 부담하는 일이 15년째 반복되고 있다. 2007년에 23개의 미군기지를 돌려받을 당시, 한국 정부는 SOFA 합의의사록에 '미국 정부는 한국의 법령과 기준을 존중한다'고 명시했으므로 오염 치유수준을 협의할 때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미군 측은 환경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상 '인간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Known, Imminent,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인 경우에만 오염을 치유할 것이며, 협상 대상 기지 중에 그 정도 수준의 오염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당시 반환받은 미군기지 대부분이 국내 토양지하수 기준치를 언급하는 게 무색할 만큼 심각하게 오염돼 있었고, 이로 인해 반환협상 과정에 대한 청문회도 열렸다.

▲캠프 캐슬에서 확인한 기름에 오염된 흙

국회 환노위는 미군기지 반환 협상 결과가 SOFA 환경조항 취지와 절차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오염 치유 기준이 모호하고, 국회 비준 없이 막대한 정화비용을 부담하게 된 점, 정보 비공개 등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향후 국내 환경 기준으로 미군이 오염을 치유하도록 SOFA 환경 조항의 개정을 요구했다.

이러한 진통 끝에 2009년 미군기지 반환협상 과정에 공동환경평가절차(JEAP)와 위해성평가방식이 도입됐지만, 실제 미군이 오래도록 사용한 '헌집'을 누가 치울지 결과만 놓고 보자면 달라진 게 없다.

부산 시민공원(캠프 하야리아), 매향리 생태평화공원(쿠니 사격장), 원주 문화체육공원(캠프 롱), 부평 신촌공원(캠프 마켓) 등 돌려받은 미군기지의 상당수는 공원으로 조성됐거나 조성될 예정이다. 그 중 대표적인 공간으로 용산을 떠올릴 수 있다.

용산은 1906년 일본이 군사시설을 건설한 이래 해방 이후 미군이 주둔하게 됐고, 110년 넘도록 '금지된 공간'이었다. 금지된 공간이었기 때문에 도시화, 산업화 과정에서 도로와 교통망이 주변과 단절돼 부자연스럽게 변형됐다. 기지 내부에는 일제시대 지어진 벙커와 감옥, 각종 건축물이 남아있고 근현대사의 굴곡과 사연이 깃든 공간들이 산재해 있다. 접근할 수 없던 닫힌 공간이자, 환경 측면에서도 성역으로 존재해 정보 접근권, 사전 예방의 원칙, 오염자 부담 원칙의 사각지대라 정부나 관계기관 발표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 용산기지 공원 조성 면적 중 미군 잔류부지

용산은 현재 반환 협상을 위해 기지 내부 시설물과 오염 정도를 조사하고 있다. 국내 미군기지 중 가장 많은 기름 유출 사고가 확인된 만큼 여전히 오염에 대한 책임문제가 협상의 관건일 것이다. 일부 공간을 미군이 계속 사용하는 문제도 있다.


미군기지 내 드래곤힐 호텔과 헬기장을 존치시키고, 광화문의 미국 대사관도 용산 기지 터로 옮겨올 예정이라 공원 조성 면적은 전체 265만㎡가 아니라 미군을 위해 남겨둔 8.3%(22만㎡)를 제외한 243만㎡가 됐다.


군사기지에서 공원으로, 한 세기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공간을 우리는 어떻게 환대할 것인가. 전쟁과 분단, 안보를 상징하는 공간에서 역사와 생태 가치를 품은 곳으로 재편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새로운 공간으로의 전환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에게 남은 매듭이 있다. 환경오염에 대해 원인자인 미군 측이 제대로 된 정보 공개, 인정과 사과, 제도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남산-용산-한강의 생태축을 잇는, 서울의 대규모 녹지공간으로 개편하면서 공원 부지 가장 위쪽에 미 대사관을, 아래쪽에는 미군 잔류시설을 남겨놓는 문제도 다시 검토돼야 한다. 공원 조성에 대한 공론화는 '온전한' 반환에서부터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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