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기고] 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 어떻게?

온라인팀 | news@ecoday.kr | 입력 2018-11-07 12: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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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데일리 온라인팀]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정말 딱 한만큼, 그 이상은 절대 아닌. 그 이하는 수시로,

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에 참여할 때마다 뒤통수를 맞았다 하긴 이제 겨우 3차 계획, 세번째인데, 두번째 뒤통수까지에서는 '마다'라는 표현을 하기 어렵다. 세번째 뒤통수를 맞으면서 비로소 '마다'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1차 때는 순진하게도 에너지기본계획이 전력계획 확장판인 걸 모르고 정말 화석연료 고갈시대를 고민했다.
고유가 시나리오를 주장한 결과, 더 많은 원전계획 수립이라는 뒤통수를 맞았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2차 때는 원전분과 들어가서 원전비중 낮추느라 엄청 싸웠다. 매 회의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모든 걸 기록하고 회의록을 점검하고, 사퇴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는데 꾹 참고, 드디어 원전비중을 30% 이하, 29%로 낮췄다.

 

근데, 22% 설비예비율 뒤통수를 맞았다. 높은 수요전망, 높은 설비예비율의 결과, 원전비중을 낮춰놓아도 원전설비는 여전히 43기가와트. 훗날 밝혀진 건 국감 중에 장관에게 전화 건 박근혜 대통령, 왜 이렇게 원전비중이 낮아요? 였단다.

3차 때도 뒷통수를 맞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래서 더 쓰린 거다.
추석연휴도 없이 논의하고 준비해서 재생에너지 목표 40% 합의했다 50% 주장했지만 시나리오 기반을 인정하고 40%로 가자 합의한 거다. 온실가스 3400만톤 반영여부만 이견이었다.


공급분과에서 합의하고 집필진 회의 합의하고 총괄분과회의 땅땅땅. 산업부 문제제기해도, "목표에는 수정없습니다" 위원장 말만 믿은 게 멍청한 거였다.


한 달만에 모인 회의가 그 모든 과정을 뒤집는 것일 줄이야. 베드로의 예수 부정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당혹감과 부끄러움에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가 없었다. 산업부가 민간전문가들을 이런식으로 쓰는구나! 그 현장을 처음 목격했다. 이럴 걸 무엇하러 ‘민간’ 워킹그룹이라고 했을까 용역 주고 말지.


엠바고로 나온 권고보고서에는 '시나리오 기반 내용'조차도 사라졌다.
정책, 기술, 시장 세 요소 중에 강력한 정책의지는 기본값으로 하고 기술과 시장여건이 안 좋으면 25%, 시장여건은 좋은데 기술이 부족하면 30%, 둘 다 좋으면 40%.


정책과 기술과 시장 모든 요소를 최대한으로 해야한다는 권고가 당연한 게 아닐까. 40%가 어찌보면 최소한의 목표인 셈이다 근데 차 떼고 포 떼고 보니 이게 어느날 갑자기 도달할 수 없는 최대한의 목표가 돼버렸다.

온실가스 급증 최고 국가, 미세먼지 최악국가, 핵폐기물양 최대국가가 남들 재생에너지 100% 목표 제시하는 때에 40%도 못하겠다는 건... 하긴, 이 정부가 계획 세운 거 말고 에너지전환을 앞당길 제대로 된 제도 하나 만든 게 있나 오히려 발목 잡는 규제나 남발했지. 오죽하면 박근혜 정부 때 정책이 더 나았다는 말이 나올까. 에너지전환 의지는 문재인 대통령만 있다고들 한다. 그래도 착실히 준비해서 느린 거라고 위로하고, 20년 후의 비전은 제시할 수 있지 않겠나 10년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충분히 꿈꿀만한 미래가 있는 거다 꿈도 못 꾸면 이 암울한 세상을 어떻게 살라고.

위험 속에 내몰린 아이들을 위해 목숨 걸어야 할 어른들이 보수세력 눈치보느라. 이 무능을 어쩔 것인가 빌어먹을 '정무적'판단이다 산업부 자체 판단이었을까 청와대 판단이었을까.

참 순진하다는 건, 회의자료 회의록 다 공개하는 거 결정하고 몇 번씩 확인받았지만 진행 안돼도 바빠서 그랬겠지 넘어갔던 거다.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 못하고 분과별 기초보고서도 공개 안한다니 투명성이니 민간 독립성이니 애초부터 기대한 이가 잘못인 거다. 근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짝사랑한 거에 불과한데 그도 날 좋아했다고 착각하면 상처가 더 큰 것처럼.

어쩌면 마지막 뒤통수가 될 지 모르겠다 이렇게 털어놓는 이를 관료들이 좋아할 리 없으니. 그래도 이 정도에 불과한 거다. 에너지전환정책 한다고 하는 정부라니 자제하는 중이다. 기자회견해서 입장문 내지는 못하고 이렇게 페북에 글이나 올리고 있다 당최 잠이 오질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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