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군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상록수의 교훈

온라인팀 | news@ecoday.kr | 입력 2015-09-29 18:44:42
  • 글자크기
  • +
  • -
  • 인쇄

뜨거운 폭염도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버린 모양이다. 창가에 가을 전초병들이 지키고 있는 걸 보면 여름을 논하기가 머쓱해진다. 저만치 멀어져가는 여름의 뒷그림자를 보노라면 오색 밀어를 수놓았던 상록수 사랑이 되살아난다.


4호선 전철을 타고 안산 단원전시관 쪽으로 가는 중에 상록수역이 보인다. 이곳은 일제시대 여성 농촌계몽운동가 최용신이 활동한 곳이다. 심훈의 소설‘상록수’에 나오는 청석골이 지금의 안산시 샘골인 셈이다.


이곳은 한때 가을 햇살처럼 푸르던 날이 있었다. 바로 '상록수' 사랑이다. 당시 가을바람에 마음이 이끌렸을 갈바람 속 사랑이야기가 여기저기에 있다. 허나 이제는 소설 속에 보았던 상록수 풍경 대신 저녁 땅거미가 밀려오고 있다.


도시화를 겪은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농사짓고 고기 잡던 예전 모습은 찾기 어렵다. 시화방조제로 인해 바다가 막히면서 갯벌에서 바지락과 굴을 캐던 내수면 쪽 어업은 완전히 사라졌고 유명하던 사리포구도 없어졌다. 지금 어촌 풍경이 남은 곳은 먼 바다에 면한 쪽 뿐이다.


상록수역을 떠나는 전철소리가 여름을 떠나보내는 진혼곡처럼 들려온다. 농촌계몽운동가였던 영신과 동혁이 활약했던 청석골과 한석리가 눈에 아른거린다. 가을이면 왜 사람들이 상록수를 찾는지, 잠시 상록수 사랑 속으로 빠져보면 어떨까?


일본에서 유학중이던 영신은 몸이 좋지 않아 다시 귀국했고 또 다시 무리한 활동으로 쓰러져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가슴속에 슬픔이 가득했다.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혁은 급히 오긴 했지만 영신이 죽은 뒤에 와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만 듣게 된다. 동혁은 슬픔을 가슴에 묻고, 영신을 위해서 더욱더 농촌계몽운동에 힘쓰게 된다. (심훈의 '상록수' 중에서)


이 이야기 속에 영신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영신은 아주 의지적인 여성이고 여성계몽 운동가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또 영신과 사랑하는 사이였던 동혁이라는 사람도 농촌계몽운동가의 한 사람이다.


영신이 청석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대목은 감명 깊은 장면이다. 일본 상부에서 영신에게 아이들을 80명 정원을 넘기지 못하도록 명령했을 때이다.

 

당시 배우고 있었던 아이들은 130여명이 넘었다고 한다. 영신은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냈는데, 아이들은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가 유리창 밖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닌가. 영신은 칠판을 떼어내어 유리창 쪽으로 옮겨 놓고 수업을 했다. 아이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배우고자 열망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제의 탄압 속에서 모두를 공감하게 만들었던 심훈의 '상록수'는 지금도 인기 있는 도서다. 상록수사랑을 회상하면서 오늘을 생각해본다. 요즘 사회는 웰빙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잘 먹고 잘 자고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자는 풍조일 것이다.

 

하지만 웰빙 속 내부를 들어다 보면, 내 한몸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이기적인 라이프스타일이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상록수' 저자 심훈이 '옥중에서 어머님께 올리는 글월' 중 다음 대목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준다.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조금도 저를 위하여 근심하지 마십시오. 지금 조선에는 우리 어머니 같으신 어머니가 몇천 분이요. 또 몇만 분이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어머니께서도 이 땅의 이슬을 받고 자라나신 공로 많고 소중한 따님의 한 분이시고, 저는 어머니보다도 더 크신 어머니를 위하여 한 몸을 바치려는 영광스러운 이 땅의 사나이외다.


콩밥을 먹는다고 끼니마다 눈물겨워하지도 마십시오. 어머니께서 마당에서 절구에 메주를 찧으실때면 그 곁에서 한 주먹씩 주워 먹고 배탈이 나던, 그렇게도 삶은 콩을 좋아하던 제가 아닙니까? 한 알만 마루 위에 떨어져도 흘금흘금 쳐다보고 다른사람이 먹을세라 주워 먹기가 한 버릇이 되었습니다. (옥중에서 심훈이 어머니께 올리는 글)


오늘도 상록수마을에는 영신과 동혁의 아름다운 농촌사랑이 수채화처럼 채색되어 가을비 속에 촉촉이 적시고 있다.

 

 

[저작권자ⓒ 환경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naver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온라인팀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헤드라인HEAD LINE

포토뉴스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