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정준호

키다리 아저씨, 농업의 다원적 가치 생각하며

온라인팀 | news@ecoday.kr | 입력 2020-03-24 16: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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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데일리 온라인팀]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10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사랑받는 문학 작품들이 있다.


미국의 소설가 진 웹스터의 1912년 작품 '키다리 아저씨'도 그중의 하나다. 책으로든, 애니메이션으로든 누구나 한번은 봤으리라 생각된다. 고아로 자란 주디(제루샤 애벗)이 익명의 독지가 덕분에 고아원을 벗어나 대학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씩씩한 주디의 성장기, 키다리 아저씨와의 해피엔딩을 기억하고 있다. 주디는 대학 학자금과 생활비를 지원받는 조건은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고아원에서 고달픈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주디에게 이런 조건의 학창 생활이란 바로 '꿈의 계약'인 셈이다. 지금 만약 고달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이런 제안이 들어온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코로나19 사태로 어수선하고 힘든 세상이지만, 어김없이 봄은 시작됐다. 며칠 전 철원 농협 지부장님과 통화를 하다가 문득 '공동취사장'이 생각이 나서 올해도 잘 운영이 되는지 물었다. 철원농협에서는 해마다 봄이 되면 민통선 안에서 영농활동을 하는 농업인을 위해 ‘공동취사장’을 운영하고 있다. 공동취사장에서 식사를 할 수 있으니 농업인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민통선 바깥에 있는 읍내 식당이나 집까지 나오지 않아도 되니, 시간도 절약되고, 함께 식사하며 영농정보도 공유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인 셈이다. 지부장님의 전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해는 도시락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꿔서 운영한다고 했다.

아무튼 봄은 예나 지금이나 농부의 계절이다. 논에는 모를 심어 벼를 키우고, 밭에는 씨를 뿌려 온갖 채소를 가꾸는 농부들의 발자국 소리로 새벽을 열고, 밤을 밝히는 경작의 계절이다. 대한민국 최북단 민통선 안에서 공동취사장의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대신하며 못자리를 하는 철원의 농부들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300만 농부들의 피땀어린 수고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건강한 밥상을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땅의 농부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가 전부는 아니다. 쌀과 배추, 무와 당근, 오이와 호박, 사과와 배……. 논과 밭에서 농산물을 경작하는 과정에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의 부가가치보다 더 많은 다원적 가치를 우리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란 농업 활동이 연간 산출하는 부가가치 중에서 시장에서 가치가 실현되는 농산물 가치를 제외한 나머지 부가가치를 말하는 것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금액이 연간 2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금액은 농업의 실물 부가가치 22조원보다 6조원이나 더 많은 것이다.


이 중 논과 밭은 홍수조절, 지하수함양, 기온순화, 대기정화, 토양유실 방지, 수질정화 등을 통해 약 17조원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농업, 농촌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전통문화 보존 등을 통해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특히 식량안보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다.

우리 농업은 주디에게 학자금과 생활비를 지원해주던 익명의 독지가 '키다리 아저씨'와 같다. 외국의 수입농산물은 유형의 '농산물'에 불과하지만, 우리 농산물에는 유형의 '농산물'과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는 수많은 다원적 가치가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수입할 수 있지만, 우리 농업이 주는 다원적 가치는 수입할 수 없다.


즐겁고 행복한 학창 생활을 선물한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써 보내던 소설 속 주디처럼, 우리가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농산물과 수 많은 다원적 가치를 선물해 주는, 우리 삶의 키다리 아저씨, 우리 농업에 대한 감사의 편지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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