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군 전북대 교수/경제학박사

코로나시대에 떠오르는 '설날'의 추억

온라인팀 | news@ecoday.kr | 입력 2021-02-11 19: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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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군 전북대 교수/경제학박사

[환경데일리 온라인팀]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만큼 추억은 우리들의 삶에서 빠질 수 없다. 해마다 설날이 다가오면, 나의 머릿속은 늘 귀성열차가 자리 잡고 있다. 어릴 적 같은 동네에 살다가 서울로 돈 벌러 간 또래부터 형과 누나들 까지 빼곡하게 태우고 시골 역으로 다가오는 완행열차의 장면이 떠오른다.

생각이 고향으로 달려가는 이 순간, 꿈에 본 내 고향, 고향열차, 고향이 좋아, 고향아줌마, 타향살이, 고향무정 등 고향을 소재로 한 그리운 대중가요들이 갑자기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이런 설날이 눈앞에 다가왔다. 요즘은 고속열차, 비행기, 고속버스, 승용차 등을 이용해 내 고향 모든 지역이 일일 생활권이 되다보니,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는 형편이다.

매년 산자락 넘어가는 귀향열차 속에 비친 고향은 일찌감치 까치가 마중나온 듯 하고, 섬을 낀 어촌에선 귀성객을 맞이할 차비를 서두르고 있는 갈매기의 풍경들이 눈에 선하기만 하다.

이처럼 다음 날의 설날을 위해 먼 데서 가족들이 고향 집으로 오게 된다.서로 모여서 여러 이야기와 놀이와 먹는 것 장만을 위하는 시간을 갖는다. 즐거운 마음으로 구성원 모두가 도와서 설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마침내 설날 새벽에 어머니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비비면서 찬물에 세수를 하고 때때옷을 입고 먼저 부모님께 세배를 하고 난 뒤, 집안 어른이 계시는 큰 집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산소를 찾아 참배를 한 다음, 동네 어른들께 세배하러 다니는 게 일상 이였다. 덕담과 함께 세배 돈도 받게 되고 맛있는 것도 얻게 되는 게 설날의 즐거움이었다.

오후에는 모처럼 이십 리 길을 걸어 극장이 찾아 나가서 영화를 보거나 각종 전통 놀이에 참가해 멋진 시간을 갖는 최고의 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이제 이런 설날의 풍속도 자꾸 멀어져가고 있고, 모든 게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뿐이다.

본래 '설'은 묵은 해를 정리해 떨쳐버리고 새로운 계획과 다짐으로 새 출발을 하는 첫 날이다. 이 '설'은 순수 우리말로 그 말의 뜻에 대한 해석은 구구하다. 그 중 하나가 '서럽다'는 '설'이다. 선조 때 학자 이수광이 '여지승람'이란 문헌에 설날이 '달도일'로 표기했는데, '달'은 슬프고 애달파 한다는 뜻이요, '도'는 칼로 마음을 자르듯이 마음이 아프고 근심에 차 있다는 뜻이다.

'서러워서 설'이라는 속담도 있듯이 추위와 가난 속에서 맞는 명절이라서 서러운지, 차례를 지내면서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간절해 그렇게 서러웠는지는 모르겠다. 또 설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견해는 '설다, 낯설다' 의 '설'이라는 어근에서 나왔다는 설(說)이다. 처음 가보는 곳, 처음 만나는 사람은 낯선 곳이며 낯선 사람이다. 따라서 설은 새해라는 정신·문화적 시간의 충격이 강해서 '설다'의 의미로, 낯 '설은 날'로 생각됐고, '설은 날'이 '설날'로 정착됐다.

하지만 전통풍습이 제어할 수 없는 사회의 변화 등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이미 개인소득 3만 달러를 넘은 수도권 도시사람들에게 전통 명절이 주는 의미는 또 다를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19 확산 이후,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방문하고, 친지를 찾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추억속의 고향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명절과 기일에 행하는 차례와 제례는 조상을 기억하기 위한 문화적 관습이자, 오랜 기간 이어져온 전통일 뿐이다. 과도한 차례상 차림으로 가족간 갈등을 일으키고, 여러 사회문제를 초래한다면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올해 설 연휴는 코로나19 방역으로 가족들이 모이기 어려워졌는데 이번 기회에 차례상의 원래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고향을 찾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서러운 설, 낯 설은 설'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내 고향이 낯설고 서럽기만 하다. 낯설고 서러운 땅이 돼가는 내 고향에 정성어린 선물과 추억의 차례상을 마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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