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Lynxconnect’ 프로젝트 일환, 1,870만 유로 투입된 대규모 복원 사업
- 1980년대 멸종 이후 첫 재도입… 유럽 생물 다양성 회복의 이정표 세워

(C) La Razon
2026년 3월 19일, 스페인 아라곤(Aragón)의 대지에 역사적인 발자국이 찍혔다. 198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던 유럽의 가장 상징적인 멸종 위기종, '이베리아 살쾡이'가 4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번 재도입은 단순한 개체 방사를 넘어, 유럽 생물 다양성 복원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윈크스와 윈드테일, 새로운 시대를 열다
사라고사 인근 토레시야 데 발마드리드(Torrecilla de Valmadrid)에서 거행된 이번 방사식의 주인공은 한 살 박이 수컷 '윈크스(Winx)'와 동갑내기 암컷 '윈드테일(Windtail)'이다. 오후 12시 15분, 이동용 우리 문이 열리자 윈크스가 먼저 아라곤의 흙을 밟았고, 이어 윈드테일이 그 뒤를 따랐다.
이들은 각각 스페인 도냐나(El Acebuche)와 포르투갈 실베스(Silves)의 증식 센터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받으며 자라난 개체들이다. 당초 방사 예정이었던 암컷이 수컷과의 합사 부적격 판정을 받으며 교체되는 우여곡절도 있었으나,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번식과 정착을 위해 최적의 쌍을 구성하는 데 주력했다.
'연성 방사(Soft Release)'를 통한 치밀한 적응 전략
이들은 곧바로 완전한 야생으로 나가는 대신, 약 2만 7,500헥타르에 달하는 활동 구역 내 설치된 1만 8,000제곱미터 규모의 적응 구역에서 한 달간 체류하게 된다. 이른바 '연성 방사'라 불리는 이 과정에서 살쾡이들은 야생 생존의 핵심인 토끼 사냥 기술을 완벽히 익히며 현지 환경에 동화될 예정이다.
아라곤 지역은 과거 사냥과 로드킬, 서식지 파괴 등으로 살쾡이가 멸종에 이르렀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선택된 부지는 살쾡이의 주식인 토끼의 개체 수가 매우 풍부하여, 전문가들은 이들이 통상적인 3년보다 빠르게 성적 성숙에 도달해 2028년경에는 첫 새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870만 유로의 대규모 프로젝트, '라이프 링스커넥트'
이번 귀환은 유럽연합(EU)이 후원하는 '라이프 링스커넥트(LIFE Lynxconnect)'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총 1,870만 유로(한화 약 270억 원)가 투입되는 이 거대 프로젝트는 이베리아반도 전역에 살쾡이 개체군을 연결하는 '메타 개체군' 형성을 목표로 한다.
아라곤 지역에만 약 110만 유로가 투자되었으며, 이 중 92만 유로는 유럽 기금으로, 나머지는 아라곤 주 정부와 삼카(Samca), 렙솔(Repsol) 등 민간 기업의 후원으로 충당되었다. 이는 환경 복원이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멸종의 벼랑 끝에서 2,400마리의 기적으로
이베리아 살쾡이는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멸종 위험이 큰 고양이과 동물이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 본격화된 재도입 프로그램 덕분에, 2024년 기준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의 개체 수는 2,401마리로 급증했다.
아라곤은 이제 스페인 북동부 지역 중 최초로 살쾡이를 복원한 지역이 되었으며, 팔렌시아와 함께 종의 분포 북한선을 넓히는 핵심 거점이 되었다. 아라곤에서 개체군이 안정화될 경우, 향후 4~5년 내에 피레네 산맥 하단부, 카탈루냐, 나바라 지역까지 서식지가 확장될 수 있는 생태 통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식자에서 보호 대상으로, 인식의 대전환
과거 이베리아 살쾡이는 가축을 해치는 '해수(害獸)'로 취급받아 박멸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투입해 그들을 다시 모셔오고 있다. 이번 재도입은 단순히 한 종을 복원하는 의미를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역사적 교정'의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살쾡이의 귀환은 아라곤 생태계의 건강성을 증명하는 지표"라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다시금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의 위엄을 되찾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40년 만에 고향의 바람을 맞이한 살쾡이의 눈동자에 아라곤의 푸른 미래가 비치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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