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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전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전례 없는 전력망 전환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 2025년 기준, 중국 전력망에 연결된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1.84테라와트(TW, 18억 4,000만 킬로와트)를 기록하며 전체 전력 설비의 47.3%를 차지했다. 이는 전통적인 화력 발전 설비 용량을 사상 처음으로 앞지른 수치로, 중국 에너지 산업의 중심축이 화석 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난 2020년 12월, 시진핑 국가주석은 2030년까지 태양광 및 풍력 설비 용량을 1,200GW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중국은 항상 약속을 지킨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 시장의 성장 속도는 당초 계획을 훨씬 상회하여 목표치를 조기에 달성했으며, 이제 중국의 시선은 단순한 설비 확충을 넘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인가'라는 차원 높은 과제로 향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의 변동성이 크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다. 바람이 멈추거나 구름이 끼는 날에는 전력 생산이 급감하는 반면, 일조량이 풍부한 낮 시간대에는 수요를 초과하는 전력이 생산된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중국 내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출력 제한(Curtailment) 비율은 각각 6.6%와 5.7%에 달했다. 생산된 청정에너지가 전력망의 수용 한계로 인해 버려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선택한 핵심 전략은 '양수 발전(Pumped-storage Hydroelectricity)'이다. 전력이 남는 시간에 물을 상부 댐으로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한 시간에 물을 떨어뜨려 터빈을 돌리는 이 방식은 일종의 '거대한 물 배터리' 역할을 수행한다.
양수 발전은 에너지 변환 과정에서 약 20~25%의 손실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대용량 전력을 장시간 저장할 수 있는 현존하는 가장 효율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국제수력발전협회(IHA)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말 기준 약 58.69GW의 양수 발전 시설을 가동 중이며, 2030년까지 이를 130GW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만 200GW를 넘어서는 등 가히 압도적인 규모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양수 발전이 전력망의 든든한 버팀목이라면, 리튬 이온 배터리를 필두로 한 '신형 에너지 저장 장치(ESS)'는 전력망의 유연성을 담당한다.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의 발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중국의 ESS 가동 용량은 136GW를 돌파하며 2020년 대비 40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리튬 이온 배터리 외에도 압축 공기 저장 방식(CAES)이나 레독스 흐름 배터리(Flow Battery)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시행되는 '에너지 저장 장치 산업 진흥 계획'을 통해 특정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다각화된 저장 솔루션을 구축,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른 계통 불안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복안이다.
재생에너지 저장 능력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영향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숙제다. 대규모 댐 건설은 하천의 흐름을 변경하고 퇴적물 이동을 방해하며, 수온 변화 및 어류의 이동 통로 차단 등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은 하천 본류를 벗어난 곳에 상·하부 저수지를 조성하는 '폐쇄형 양수 발전(Closed-loop system)' 도입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이러한 방식이 하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저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기술적 해법이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하지 않도록 정교한 사회적·환경적 검토가 수반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중국의 사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저장 설비 투자가 필수적임을 전 세계에 시사하고 있다. 강력한 국가 주도의 정책과 기술력을 결합하여 자연의 불확실성을 통제하려는 중국의 시도는 단순히 전력 수급의 문제를 넘어 미래 에너지 주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한민국 역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른 출력 제한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중국이 보여준 대규모 양수 발전과 첨단 ESS의 조화로운 배치 전략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 가치 훼손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생태계 보호 대책 마련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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