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라네로스 지역 ‘솔 데 마요’ 일대 육로 완전히 차단
- 환경단체 “보트 지원 절실”, 기후 위기발 가축 재난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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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북서부 투쿠만(Tucumán)주 남동부 지역이 이달 초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전례 없는 홍수 피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물이 빠진 뒤 남은 거대한 진흙뻘에 가축들이 고립되어 집단 폐사 위기에 처하는 등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현지 시각 26일, 아르헨티나 환경단체인 ‘플라네타 비보 재단(Fundación Planeta Vivo Argentina)’의 페르난도 피에로니 회장은 투쿠만주 남부 그라네로스(Graneros) 부근의 피해 지역을 드론으로 정밀 수색한 결과물을 공개했다. 영상 속의 모습은 참혹했다. 광활한 지역이 거대한 진흙 구덩이로 변해 있었으며, 그 안에는 수많은 양과 염소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등까지 뻘에 잠겨 꼼짝달싹 못 하고 있었다.
특히 그라네로스 내륙의 ‘솔 데 마요(Sol de Mayo)’ 파지는 이번 재난의 가장 뼈아픈 현장이 되었다. 재단 측은 드론 촬영 중 진흙 속에 갇힌 가축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틈을 타 맹금류들이 이들을 공격하는 처참한 광경이 목격되었다고 전했다. 가축들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조차 할 수 없는 무력한 상태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투쿠만주 남부의 중심지는 수위가 어느 정도 낮아졌으나, 솔 데 마요와 같은 농촌 외곽 지역은 여전히 육로 접근이 전면 차단된 상태다. 진흙의 점성이 매우 높아 일반적인 차량이나 도보로는 구조 인력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피에로니 회장은 투쿠만 주정부와 민간 공동체를 향해 절박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는 “현재 진흙 속에 갇힌 채 아직 살아있는 생명들을 구출할 유일한 방법은 동력 보트를 이용해 구호 장비와 인력을 투입하는 것뿐”이라며, 즉각적인 선박 지원을 요청했다. 보트 없이는 생존 가축들을 안전한 지대로 옮기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폭우의 상흔은 가축뿐 아니라 지역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인해 도로가 유실되고 가옥이 침수되면서, 해당 지역 내 약 40여 개의 교육 시설이 운영을 중단했다. 도로가 진흙더미에 파묻히면서 학생들의 등교는 물론 기본적인 물자 공급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지역 경제의 근간인 축산업과 농업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피해 농가들은 대대로 가꾸어온 가축 자산을 한순간에 잃게 되었으며, 이는 향후 투쿠만주 남부 경제에 장기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플라네타 비보 재단 측은 이번 비극이 민간 기구와 정부 당국 간의 선제적인 협력 체계 미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난 발생 초기 단계에서 가축 대피를 위한 프로토콜이 작동하지 않았고, 피해 발생 이후에도 장비 지원이 지연되면서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쿠만주 홍수가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후 변화의 강력한 징후라고 입을 모은다. 엘니뇨 현상과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극한의 기상 이변이 빈번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취약한 농촌 지역의 재난 대응 시스템을 국가적 차원에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흙 속에 갇혀 절규하는 가축들의 모습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 위기가 자연과 동물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되돌아오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고통스러운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투쿠만주 남부의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로서는 단 한 마리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긴밀한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아르헨티나의 이번 사태는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준비와 연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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