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아투엘강’ 분쟁의 비극 재현 우려... 국가 차원의 최소 보호 표준 유지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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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안데스 산맥의 빙하를 보호하는 ‘연방 빙하법(Ley de Glaciares)’의 개정안을 둘러싸고 상류 개발을 추진하는 연방 정부와 생존권을 위협받는 하류 지자체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한 라팜파(La Pampa)주 환경청장 바니나 바소(Vanina Basso)는 이번 법안 개정이 가져올 ‘공유 하천의 비극’을 경고하며 국가 정책의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바소 청장은 이날 발언에서 “라팜파주 인구의 70%가 리오 콜로라도(Río Colorado) 강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명시하며, 강은 정치적 경계를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리오 콜로라도는 안데스 산맥에서 발원하여 네우켄, 멘도사, 라팜파, 리오 네그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관통하는 다국적 cuenca(분지) 하천으로, 농업과 가축 사육은 물론 수백만 명의 식수원으로 사용된다.
문제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개정안이 각 주(Provincia)에 ‘실질적 수자원 기능’에 따라 보호할 빙하를 직접 정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이는 광산 개발 등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상류 지역 주들이 빙하 및 주변 환경(주빙하 지역)에 대한 보호를 임의로 해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며, 결국 하류 지역으로 흐르는 수량 감소와 수질 오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라팜파주의 입장이다.
라팜파주가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아투엘(Atuel)강 분쟁’이라는 뼈아픈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바소 청장은 “이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우리의 살아있는 역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상류인 멘도사주가 하천 상류에 댐을 건설하고 일방적으로 물길을 이용하면서, 하류인 라팜파주의 광활한 지역이 사막화되고 수많은 가구와 생태계가 파괴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문제는 수십 년간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까지 도달했으나, 여전히 라팜파주의 하천 유량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라팜파주는 빙하법이 완화될 경우 리오 콜로라도 역시 제2의 아투엘강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헌법에 명시된 ‘환경 최소 예산(Presupuestos Mínimos)’ 원칙은 전 국가적으로 동일한 환경 보호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지역의 결정이 타 지역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장치다. 바소 청장은 “결정이 원천지(발원지)에서 독점적으로 내려질 때, 그 피해는 항상 가장 취약한 하류 지역의 몫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빙하와 그 주변 환경이 특정 주의 전유물이 아닌, 국가 전체의 전략적 수자원 저장고임을 강조하며 연방 차원의 강력한 보호망 유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번 공청회는 향후 아르헨티나의 환경 연방주의와 공유 자원 관리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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