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비아 해안 인근서 화재 지속… 스페인 등 EU 5개국 ‘글로벌 환경 비상사태’ 경고
- 샌션(제재) 선박의 입항 거부 속 지정학적 갈등이 빚은 ‘인재(人災)’ 우려 증폭

(C) Mundua Naiz
전 세계 해양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자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경제적 요충지인 지중해가 미증유의 환경 재앙 위기에 직면했다. 이달 초 공격을 받고 통제력을 상실한 러시아 유조선이 수천 톤의 위험 물질을 실은 채 지중해를 표류하면서, 인근 국가들이 긴급 경보를 발령하고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 측 발표에 따르면, 당시 지중해를 항해 중이던 러시아적 메탄 운반선 ‘아크틱 메타가즈(Arctic Metagaz)’호가 드론 공격을 받아 선체 구조가 파손되고 동력을 상실했다. 사고 직후 선내에는 화재가 발생했으며, 3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일부 구획에서 불길이 잡히지 않은 채 불안정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선박에는 약 900톤에 달하는 가솔린(경유)과 두 개의 대형 탱크에 담긴 액화천연가스(LNG)가 적재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선체 노후화와 화재로 인한 폭발 가능성을 경고하며, 만약 대규모 유출이 현실화될 경우 지중해 연안 전체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당 유조선을 확보하여 리비아 서부 주아라(Zuara) 해안 인근으로 예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국영석유공사(NOC)는 비상 프로토콜을 가동하고 유출 방지를 위한 기술팀을 배치했으나, 선박의 구조적 결함이 심각해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지중해의 복잡한 해류와 예측 불가능한 기상 조건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변수다. 기상 전문가들은 풍향이나 조류가 급변할 경우, 유출된 기름 띠가 이탈리아, 몰타, 리비아는 물론 남유럽과 북아프리카의 밀집 거주 구역까지 순식간에 덮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연합(EU) 5개국은 이번 사건을 ‘임박하고 중대한 환경 재난’으로 규정했다. 지중해는 전 세계 해수면적의 1% 미만을 차지하지만, 지구상 해양 생물 다양성의 약 10%를 보유하고 있는 생태적 민감 지역이다. 유출 사고 발생 시 멸종위기종의 전멸은 물론, 연안 국가들의 핵심 경제 기반인 어업과 관광업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단순한 해상 사고를 넘어 고도의 지정학적 갈등과 얽혀 있다는 점이다. 사고 선박인 ‘아크틱 메타가즈’호는 EU의 제재 명단에 오른 약 600척의 러시아 선박 중 하나다. 제재로 인해 인근 국가의 항만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면서 적절한 수리와 구호 조치가 지연되었고, 이것이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정부는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사회가 제재를 이유로 인도적·환경적 구제 조치에 소홀했다고 비난하며 책임을 돌리고 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위험한 선박을 무리하게 운행하여 전 지구적 환경 위기를 자초했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지중해 연안 공동체와 환경 단체들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생태계 보호뿐만 아니라 수백만 명의 생계가 달린 어장 보호를 위해 국제적인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앞으로의 몇 시간이 지중해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결함과 지정학적 긴장, 그리고 변덕스러운 기상 조건이라는 악재 속에서 국제사회가 대재앙을 막아낼 ‘골든타임’을 사수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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