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석유화학공업 및 안전관리 규제 강화 예상
[환경데일리 이동민 기자] 안전불감증이 만연돼 온 중국 산업계의 전화위복이 될 톈진 빈하이신구 폭발사고가 중국 경제에 새로운 방향 제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월 12일 발생한 중국 톈진(天津)시 빈하이(濱海)신구 탕구(塘沽)항 물류창고 대형 폭발사고의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전문가들은 톈진 빈하이신구 폭발사고 및 그 수습작업으로 인접한 톈진항의 교역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세계 10대 항구인 톈진항은 중국 북방 및 수도권역의 최대 항구이며 금속광물, 석탄, 자동차, 원유 등의 출하 거점이기 때문에 벌크상품 교역에 직접 또는 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퉁(冠通)선물발전연구부는 보고서에 폭발사고로 교역에 영향이 받을 수 있는 품목으로 메탄올,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철광석, 코크스, 철강 등을 꼽았다.
2014년 텐진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1405만 TEU로 중국에서 여섯 번째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많은 항구로 톈진항은 180여 개 국가 및 지역의 400여 개 이상의 항구와 교역을 해왔다.
상하이국제항운연구센터(上海國際航運硏究中心) 자료에 따르면, 톈진항 교역액은 중국에서 상하이에 버금가는 규모로, 자동차·구리·석화제품 등 교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 2014년 톈진항 전반 교역량은 전년대비 10% 증가한 4억4580만 톤, 그중 금속광물이 1억1050만 톤, 석탄이 8890만 톤, 원유가 1870만 톤에 달했다.
톈진항은 중국 최대 코크스 수출항, 철광석 2위 수입항의 입지를 갖고 있다. 톈진항은 중국 수도권인 징진지(京津冀)와 환발해경제권(베이징·톈진·랴오닝·허베이·산둥)의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해상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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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내 최대 폭발사고로 기록될 톈진항에 폭격을 맞은 듯 초토화가 됐다. 당분간 중국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화학물질 안전관리 강화 등에 중국 정부의 새로운 지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환경데일리 제공 KOTRA |
철광석 경우 이번 폭발사고로 인해 단기간 철광석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톈진항을 통해 들여온 철광석 수입량은 2508만 톤으로 중국 전체 수입량 5.5%를 차지했다. 톈진항의 철광석 재고량은 710만 톤으로 중국 철광석 재고총량의 8.73%를 차지하며, 일평균 수송능력(Transport capacity)은 28만 톤에 달한다.
사고 수습기간 내 톈진항 부근의 차오페이덴(曺妃甸)과 징탕항(京唐港)의 철광석 교역가격은 일정하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이다. 또 톈진항은 중국의 최대 코크스 수출항구로 톈진항의 업무가 영향을 받는 동안 중국 코크스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석유화학공업분야에서 항일전쟁승리 70주년 행사를 앞두고 사고가 발생해 향후 당국은 징진지 지역의 석유화학공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중위(中宇)컨설팅 고우청사(高承莎) 애널리스트는 "화학물질 보관업체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막중할 뿐만 아니라 독극물 확산 등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해 중국 현지에서는 석유화학공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차에도 타격을 입었다. 이번 폭발 사고로 1만2000여 대의 차량이 전소, 글로벌 브랜드 완성차들의 직접적인 피해액만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번 사고로 3950여 대의 고급차종이 불에 탔으며 폴크스바겐은 2750대의 차량이 훼손, 르노는 1500대의 차량이 전소, 스바루 및 마쯔다 역시 폭발로 유리창이 깨지면서 각각 100대와 50대의 차량 피해를 입었다.
이번 폭발사고는 수입차 관련 업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향후 몇 개월간 중국 수입차 시장에도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일부 중국 언론은 폭발 사고에 따른 과도한 수입차 재고 소진을 전망하기도 했다.
폭발사고로 인해 중국 현지에서 건축용 안전유리에 대한 시장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현행 규정(주택안전유리관리규정(建築安全보璃管理規程))상 7층 및 7층 이상의 건축물에서 실외에 직접 노출되는 유리는 마땅히 국가강제성규정에 의해 심사를 거친 안전유리를 사용하도록 돼 있다.
중국 관련 규정에서 정의한 안전유리는 강화유리, 합판 유리 등을 의미하는데 외력에 의해 깨질 경우, 그 파편에 의한 인명피해가 없도록 작은 알갱이 모양으로 부셔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고 지점과 400~500m 떨어진 주택에서 폭발사고로 깨진 유리 창문을 살펴보면 2차 인명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다.
중국품질신문망(中國質量新聞網)은 현지 업계 인사들은 일부 건설회사는 관련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 안전유리를 사용하지만 건축회사로 실내 인테리어 등 업무를 수주한 회사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불합격 제품을 사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전유리 생산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하여 중국 안전유리 시장에 대한 정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장기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중국 수도권역의 대외 교역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본 토요타 등 회사는 사고 발생지 부근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요타 공장 생산회복을 연기한 상태다.
징진지 등 인근 지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은 일부 상품의 가격상승, 공급이 원활치 못한 문제를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현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월 자동차 시장의 성수기를 앞두고 중국 현지에서도 예상보다 가격인하 폭이 줄어들 수도 있으며, 일부 시장 수요량이 높은 상품은 오히려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KOTRA 텐진 무역관 현지 실사 내용에 따르면, 사고가 난 빈하이 물류창고 폭발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 사례가 적지 않은 상황이며, 일부 기업은 적하보험 미부보에 따른 직접 손실도 불가피한 경우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텐진항은 지리적 이점에도 까다로운 통관절차 및 복잡한 규정 등으로 한국 수출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적게 이용하는 편이며, 한국의 전체 대중 교역에서 차지하는 물동량 비중 또한 6% 내외다.
중장기적으로 사고에 따른 복구지연, 직간접적 손실에 따른 교역 차질 등은 제한적일 전망이나, 철광석, 석유화학 제품 등 원부자재 및 자동차 등의 수급과 가격 변동 등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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