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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 2026’의 핵심 화두는 단연 ‘기후 회복력을 위한 그린 테크놀로지’였다. 올해 MWC는 단순히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AI)과 차세대 통신망을 결합해 극한의 기상 현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파괴된 시스템을 즉각 복구하는 ‘능동적 회복력(Resilience)’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통신 끊기지 않는다"… 재난 현장의 생명줄 '5G 전술적 거품'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기사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157건의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했으며, 그중 49건이 홍수였다. 재난 발생 시 가장 먼저 마비되는 것은 전력과 통신 인프라로, 이를 복구하는 데는 통상 수일에서 수주가 소요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페인의 통신 거인 텔레포니카(Telefónica)는 ‘5G 전술적 거품(Tactical Bubbles)’이라 불리는 자율형 모바일 인프라를 공개했다. 이는 차량, 선박, 항공기에 탑재할 수 있는 독립형 통신 거점으로, 기지국이 파괴된 지역에서도 단 몇 분 만에 통신망을 재구축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응급 구조대, 지휘 본부, 병원 간의 실시간 소통을 보장한다. 특히 원격 의료 장비를 장착한 드론과 연동되어 고립된 지역의 환자에게 긴급 처방을 내리는 등 생존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내장된 AI는 항공 영상과 물류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구호 경로를 제안함으로써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디지털 트윈'으로 산불을 예측하다: 포레스트 스마트 가디언
기후 위기로 인해 대형화·상시화되고 있는 산불에 대응하는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매스오렌지(MasOrange)가 선보인 ‘포레스트 스마트 가디언(Forest Smart Guardian)’은 자율 주행 드론, 숲 곳곳에 배치된 센서, 그리고 AI를 결합한 통합 감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이다. 드론이 숲의 바이오매스 축적량과 발화 지점을 실시간으로 스캔하면, AI가 가상 세계에 똑같은 숲을 구현해 향후 8시간 동안 불길이 어떤 방향으로 확산될지를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한다. 이를 통해 당국은 민가 대피 우선순위를 정하고 진화 인력을 사전에 배치하는 등 '골든 타임' 내에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스마트 농업과 순환 경제: 올리브 농장의 '하이테크 눈'
농업 분야에서의 회복력 강화 노력도 구체화되었다. MWCapital 바르셀로나와 LEITAT이 협력한 '올리브 바이오 순환 수확(Olivo bio-circular Harvest)' 프로젝트는 농업의 전통적인 '육안 진단'을 '데이터 과학'으로 대체했다.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하이퍼스펙트럴(초분광) 카메라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식물의 수분 스트레스, 병충해 징후, 과실의 성숙도를 데이터로 읽어낸다. AI는 이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관개 시스템을 가동하거나 필요한 구역에만 정밀 방제를 실시하도록 결정한다. 이는 자원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기후 변동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확량을 보장하는 기술적 토대가 된다.
나아가 해당 프로젝트는 '순환 경제' 모델을 제시했다. 올리브 압착 후 버려지는 부산물(산사)에서 화장품 원료인 폴리페놀 추출물을 뽑아내거나 식품 원료로 재가공함으로써 쓰레기를 자원으로 전환하는 고부가가치 생태계를 구축했다.
맺음말: 기술, 공존을 위한 도구가 되다
MWC 2026은 이제 디지털 혁신이 단순한 속도 경쟁이나 기기 판매를 넘어, 인류가 직면한 가장 거대한 위협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필수 병기가 되었음을 증명했다. 단순히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차원을 넘어, 이미 변화한 환경 속에서 공동체를 유지하고 생태계를 보호하며 자원을 재활용하는 '적응'의 기술이 향후 산업의 표준이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기술은 이제 연결을 넘어 '생존'을 향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나타난 혁신들은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그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해주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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