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자수 고사시키는 치명적 해충", 본토 확산 차단에 총력

(C) econoticias
아르헨티나 정부가 자국 영토인 마르틴 가르시아 섬에서 치명적인 외래 해충인 '붉은 야자바구미(Red Palm Weevil)'가 발견됨에 따라 국가 식물 위생 비상사태를 전격 선포했다.
아르헨티나 국립농식품건강품질청(SENASA, 이하 산전청)은 지난 2026년 2월 25일, 결의안 133/2026을 공식 발표하고 라플라타 강 유역의 전략적 요충지인 마르틴 가르시아 섬 전역에 긴급 방역 조치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해당 해충이 아르헨티나 본토 및 인접 국가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의 일환이다.
야자수의 ‘침묵하는 살인자’, 붉은 야자바구미란?
학명 Rhynchophorus ferrugineus로 알려진 붉은 야자바구미는 동남아시아가 원산지로, 현재는 전 세계 야자수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해충 중 하나로 꼽힌다.
성충은 몸길이가 약 2~5cm에 달하며, 특징적인 붉은색 또는 주황색 몸통에 검은 점이 박힌 외형을 지니고 있다. 이 해충이 무서운 이유는 유충의 습성 때문이다. 암컷 성충이 야자수 줄기 틈새나 상처 부위에 알을 낳으면, 부화한 유충이 나무 내부로 파고 들어가 부드러운 조직을 갉아먹으며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나무 내부에는 거대한 터널이 형성되며, 육안으로 피해를 확인했을 때는 이미 나무의 생장점이 파괴되어 손을 쓸 수 없는 ‘고사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야자수의 침묵하는 살인자’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마르틴 가르시아 섬은 생태학적 가치가 높고 관광지로도 유명한 지역으로, 이번 해충 유입은 지역 환경 및 경관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산전청은 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즉각적인 **‘긴급 대응 플랜(Plan de Contingencia)’**을 활성화했다. 주요 조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무 신고제 시행: 시민, 정원사, 농업 종사자 등 모든 주민은 야자수 잎의 비정상적인 처짐, 잎 중앙부의 황변, 줄기 내부의 소음 등 의심 징후를 발견할 시 즉시 신고해야 한다. 전용 이메일(dief@senasa.gob.ar), WhatsApp 채널, 온라인 폼을 통해 24시간 접수를 받는다.
방역 약제 사용 승인: 긴급 방제를 위해 특정 식물 위생 제품(살충제)의 사용이 허용되었다. 이는 감염된 개체를 조기에 치료하고 성충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동 제한 및 감시: 섬 내 야자수 묘목 및 관련 부산물의 외부 유출이 엄격히 통제되며, 주요 감염 거점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이 실시된다.
산전청 관계자는 "붉은 야자바구미는 인체나 동물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환경적·생산적 측면에서는 재앙 수준의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도시 조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나리아 야자수(Phoenix canariensis) 등은 이 해충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섬을 넘어 본토의 도시 공원이나 자연 보호구역으로 확산될 경우, 식물 자산의 손실은 물론 이를 복구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붉은 야자바구미는 이미 유럽 지중해 연안과 중동, 그리고 미주 대륙 일부 지역을 초토화한 전례가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번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국제 식물 보호 협약(IPPC) 기준에 따른 철저한 검역 체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조기 발견과 신속한 살충 처리가 해충 확산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현재 산전청은 인근 우루과이 당국과도 정보를 공유하며 라플라타 강을 경계로 한 공동 방역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마르틴 가르시아 섬의 비상사태는 기후 변화와 국제 물동량 증가로 인해 외래 해충의 침입이 상시화되고 있는 오늘날, 국가 생물 보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저작권자ⓒ 환경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