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친환경' 등 소비자 오해 쉽게 광고 못해
화학물질 노출 우려 제품 3년마다 안전기준 확인받아야
[환경데일리 한영익 기자]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전경련 회원사들은 정부를 압박하면서, 화평법이 가져다주는 폐단, 즉 경제활동, 생산위축으로 실물경기가 어렵다고 규제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당시 환경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들의 의견을 수용해 화평법을 당초 법안보다 느슨하게 일부 법조항을 바꿔 추진하려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은 시민단체를 강력하게 반발해 화평법은 국민의 안위와 직결된 만큼, 본래 취지대로 실시돼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내비췄다.
이런 가운데,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에 유해화학물질이 든 성분이 시중에 판매돼 수많은 이들이 사망케하고, 아직도 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계속해서 접수되고 있는 상황으로 안전하게 책임을 져야 할 정부와 대기업이 환경보건이 재앙으로 내몰렸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가습기살균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추진 중인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8월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번에 의결된 법률 제개정안은 살생물제의 사전승인제 도입을 비롯해 화학물질 유해성 정보의 조기 확보를 골자를 담고 있다.
주요 법안 핵심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모든 살생물물질 및 살생물제품은 안전성이 입증된 경우에만 시장 유통을 허용하는 사전승인제 도입이다.
앞으로는 대기업이나 수입업자가 국내에 유통시킬 해당살생물물질은 반드시 유해성 및 위해성 여부 자료를 갖춰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야 시판이 가능하다.
환경부는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안전성이 입증된 살생물물질만 살생물제품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이번 법 시행 전인 2019년 1월1일에 국내 유통 중인 살생물물질은 독성정보 생산 등 기업의 자료 준비기간을 고려, 환경부에 승인유예를 신청한 경우에 한해 일정기간 동안 사용을 허용할 예정이다.
살생물제품을 제조·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려는 자는 해당 제품의 안전성과 효과·효능을 증명하는 자료를 갖춰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살생물제품 승인을 받아 제품을 판매·유통하려는 경우에 제품에 포함된 살생물물질 목록, 제품 사용의 위험성 및 주의사항 등을 제품 겉면에 표시해야 한다.
제품의 주된 목적 이외에 부수적인 용도(예: 항균기능 첨가)로 살생물제품을 사용하는 경우(예: 살생물처리제품)역시 승인받은 살생물제품만 사용하도록 했다.
또한 '항균', '살균' 등 살생물처리제품이 유해생물 제거 등의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홍보하려는 경우도 살생물제품을 사용한 사실 및 위험사항을 표시하도록 했다.
특히 생활화학제품의 관련 규정이 통합되고 관리를 강화했다.
그동안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해 오던 위해우려제품 관리에 관한 사항을 이 법으로 옮겨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관리대상 범위를 가정용에서 사무실, 사우나 등 다중이용시설까지 확대했다.
아울러 화학물질 노출 우려가 있는 제품에 대한 실태조사 근거를 마련했으며 안전기준이 설정된 생활화학제품은 3년마다 시험 검사기관으로부터 안전기준 적합여부를 확인받도록 했다.
생활화학제품과 살생물제의 사후관리도 강화된다.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과 살생물제품은 '안전한', '친환경' 등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광고를 금지했으며, 제품의 부작용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에 환경부에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법률을 위반한 제품은 즉시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조치 명령, 과징금 부과 등 행정제재를 가하여 위반제품의 시장유통을 원천 차단하도록 했다.
국내 유통되는 기존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기존화학물질 관리체계를 개선한다.
국내에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기존화학물질에 대해 등록대상물질을 3년마다 지정 고시하는 현재의 체계에서, 앞으로는 모든 기존화학물질이 등록되도록 등록기한을 유통량에 따라 단계적으로 규정(구체적 등록기한은 하위법령에 규정)하도록 변경했다.
또한 현재는 같은 물질을 제조·수입하는 기업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공동등록자를 파악하는데 장시간이 소요됐으나 등록대상자를 미리 확인하는 사전신고제(물질명, 제조·수입예정량 등 간단한 정보를 신고)를 신설해 원활한 공동등록을 돕고자 했다.
화학물질 등록에서 중복적인 동물실험 방지 등을 위해 같은 물질을 제조·수입하는 기업들은 협의체를 구성해 유해성 시험자료를 공동으로 제출해야 한다.
발암성 등 인체에 위해 우려가 높은 화학물질을 함유하는 제품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현행 유해화학물질(유독물질, 허가·제한물질 등)을 함유하는 제품 신고 이외에도 국민 건강에 위해가 우려되는 물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발암성·생식독성·돌연변이성 물질 등을 '중점관리물질'로 지정·고시하고 이를 함유하는 제품의 제조·수입자는 제품에 함유된 성분과 함량 등을 신고하도록 했다.
신고받은 물질은 제품 유통량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위해성평가를 실시하고, 관리 필요시 허가·제한·금지물질로 지정된다.
그 밖에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제공 의무 등도 강화된다.
현재는 등록된 화학물질의 정보만 물질의 구매자에게 전달토록 해 등록되지 않은 유해화학물질의 정보는 전달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으나 유해화학물질도 등록여부와 관계없이 물질의 구매자에게 유해성 정보 등을 전달하도록 개선했다.
또한 화학물질을 등록하지 않고 제조·수입할 경우 현재는 벌칙만 부과(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하고 있어 기업들이 불법적으로 얻은 영업이익을 제대로 환수할 수 없으므로 과징금을 신설해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는 금전적인 제재를 통해 등록되지 않은 화학물질이 유통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가해지는 것을 막고자 했다.
살생물제 안전관리법 제정안은 2019년 1월 1일부터 화평법 개정안은 살생물제안전관리법으로 이관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2018년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위법령은 올해 중에 제개정안을 마련,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신규로 시행되는 제도로 인한 중소기업 등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아직 유해성이 있다고 알려지지 않은 기존화학물질은 유해성을 파악할 수 있는 시험자료만 제출하도록 간소화해 우선 유해성을 파악하고 소량 다품종을 제조·수입하는 중소기업 등은 실태조사를 거쳐 지원방안을 마련 추진할 계획이다.
류연기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화학안전기획단장)은 "이번 법률 제개정안이 위해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고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고를 방지하는데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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