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최소 12명 사망‧144명 부상
인명사고 발생 87.5% 피해 커져
고령운전자(71.6%), 택시(70%) 순
운전당사자 '급발진 주장' 62.5%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원인 찾아야
자동차 기술적 대책 필요 주장
2024년 7월 1일 발생한 '시청역 참사'로 9명이 목숨을 잃은 이후, 차량 돌진 사고에 대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했다.
참사 1년이 지난 올 7월 1일 마포구 상암동에서 전기차가 인도로 돌진 보행자 1명이 사망했다. 이틀 뒤인 7월 3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전기차 택시가 인도로 돌진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계속 반복되고 있는 전기차 돌진 사고에 대한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이다. 전기차의 구조적 특성에 대응하는 기술적 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전기차 돌진 사고와 관련한 전기차의 구조적 특성을 살펴보고, 3년간 보도된 전기차 돌진 사고 사례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돌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대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 고성능 전기 모터 '초반 급가속 현상'
전기차는 고성능 모터 특성상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높은 출력이 전달돼, 급격히 속도가 붙는 '초반 급가속 현상'이 나타난다.
순간 가속도가 빠른 만큼, 인지능력과 반응속도가 저하될 수 있는 고령 운전자의 경우 전기차 사고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같은 반자율주행 기능은 핸들 버튼의 단순한 조작만으로 의도치 않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전기차의 급가속 특성과 결합해 돌진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원 페달 드라이빙과 페달 오인 사고 위험성 증가
내연기관차는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번갈아 사용해야 하지만, 전기차는 회생제동 시스템으로 인해 가속 페달 하나로 주행과 감속이 모두 가능해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원 페달 드라이빙에 익숙한 전기차 운전자는 긴급 상황에 페달을 혼동하거나 브레이크 페달 전환이 지연돼 '페달 오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 페달 드라이빙으로 운전하는 차량이 충돌 방지 보조장치로 인해 자동으로 제동한 경우, 운전자는 실제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는데도 밟았다고 착각할 수 있고, 그로 인한 ‘페달 오인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도 있다.
전기차의 경우 고성능 모터의 특성으로 인해 ‘초반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페달을 오인한 경우 돌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3년간 주요 언론에 보도된 전기차 돌진 사고는 총 40건에 달했고, 이는 한 달에 최소한 1건 이상(약 1.11건)의 전기차 돌진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전체 40건 중 35건(87.5%)에서 12명이 사망하고 144명이 다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40건 중 택시에 의한 사고가 28건(70.0%), 자가용 승용차에 의한 사고가 12건(30.0%)으로 나타났다. 40건 중 60대 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21건(52.5%), 70대 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13건(32.5%), 80대 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1건(2.5%)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87.5%(35건)에 달했다.
택시의 경우, 업계 특성상 60대 이상의 고령 운전자 비율(71.6%)이 높게 나타났지만, 전기차 돌진 사고를 일으킨 택시 운전자 가운데 60대 이상의 고령 운전자 비율(전기차 택시 돌진 사고의 96.4%)은 훨씬 높게 나타났다.
전기차 돌진 사고는 원 페달 드라이빙으로 인한 페달 오인과 고성능 모터의 급가속 특성으로 1차 충돌 후에도 진행을 멈추지 않아 다중 충돌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며, 실제 전체 40건 중 13건(32.5%)의 다중 충돌 사고로 평균 5.7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 사고 원인 대한 논란
전체 40건 중 25건(62.5%)의 사고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했고, 사고 운전자 스스로 오조작 가능성을 인정한 사례는 4건(10.0%)에 그쳤다.
23년 9월 15일 대구 수성구 두산동에서 발생한 전기차 택시 돌진 사고의 경우, 운전자뿐 아니라 제3자인 승객도 사고 차량의 이상 작동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23년 11월 12일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전기차 택시 돌진 사고는,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운전자가 사고 순간까지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가속 페달만 밟은 전형적인 페달 오인 사고로 밝혀진 바 있다.
25년 2월 법원은 223년 10월 8일 광주 광산구 송정동에서 발생한 전기차 택시 돌진 사고는, 피고인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시하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기차 돌진 사고와 관련, 공식적으로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없지만, 전기차 돌진 사고의 원인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전기차 돌진 사고의 예방을 위한 선제적 안전 대책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상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빈발하고 있는 전기차 돌진 사고를 예방 대책을 제안했다.
□ 전기차 대한 기술적 안전장치 강화
전기차의 구조적 특성상 사고 발생 시 차량 제어가 어렵기 때문에, 성능 제한을 통해 사고 위험을 사전적으로 예방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제조사와 관할 당국은 전기차의 원 페달 드라이빙으로 인한 ‘페달 오인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적 안전장치를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
페달 오인 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차량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전기차 모터의 출력을 일정 수준 이상 급격히 상승하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
통상의 범위를 넘어선 급가속의 경우 자동으로 차량이 제동되도록 하거나 운전자가 손으로 간단하게 모터에 전기 공급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비상정지장치'나 '자동긴급제동장치’' 등의 도입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단일 버튼 조작 대신, 두 단계 이상의 조작을 통해 ACC 기능을 활성화하도록 하거나, 정전식 대신 물리적 스위치를 배치하는 등 이른바 ‘휴먼 에러 방지 설계’를 적용한 기술적 안전장치의 도입도 반드시 필요하다.
□ 전기차 택시 대한 성능 제한 도입
전기차의 구조적 특성과 택시 업계의 특성(장시간 주행, 높은 고령 운전자 비율 등)이 결합해 사고 위험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전기차 택시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택시는 공공 교통수단으로서 정부 허가를 받아 영업하는 사업이므로, 일반 차량보다 신속하게 전기차에 대한 기술적 안전장치를 도입할 수 있다.
당국은 제도적 정비와 소프트웨어를 통한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전기차 택시의 회생제동 시스템과 모터 출력의 성능을 제한함으로써, 60대 이상 고령 운전자 비율이 높은 전기차 택시의 사고 발생 위험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을 것. 사회적 공감대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계속 반복되고 있는 전기차 돌진 사고는 전기차의 구조적 특성에 따른 내재적 위험성을 보여준다.
이제 전기차 정책은 단순한 ‘보급 확대’에서 벗어나 '사고 예방'과 '안전 확보'를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정부 당국과 전기차 제조사, 택시업계가 협력해 전기차 돌진 사고에 대한 기술적 안전 대책을 조속히 도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저작권자ⓒ 환경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