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고통, 일부의 희생 당연한 사회 개선
'탈핵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 공약 절차 기대
주민, 노동자들 방사능피폭 한번도 이슈 없었다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40년 동안 원자력발전 산업의 룰모델이였던 고리 1호기가 18일 자정을 기점으로 영원히 멈춘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따라 단행된 탈원전에 따른 첫 업무지침으로, 고리1호기 영구정지는 향후 국내 원전산업과 더불어 전력산업의 새로운 전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계획 백지화를 비롯해 ▲수명이 다한 원전 즉각 폐쇄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 중단 및 월성 1호기 폐쇄 ▲탈핵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을 공약했다. 그야말로 국내 원전산업은 이제 종착점에 왔다는 것이다.
고리1호기는 폐쇄는 극과 극의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먼저 원자력산업계 침체와 반발과 신재생에너지업계의 쌍수를 들고 반기는 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7일 오후 6시 고리 1호기로 들어오는 전기를 차단에 이어 약 38분 뒤 원자로의 불을 껐다. 평소 300도에 달하는 고리 1호기는 이때부터 서서히 식어 18일 24시이면 영구정지 기준인 약 93도까지 내려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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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1호기 운전원이 주제어실에서 터빈정지 수동정지 버튼을 누르고 있다. 제공 한수원 |
고리 1호기는 1977년 6월 18일 원자로에 불을 붙인 이후 10개월 뒤 이듬해 4월 29일 본격적으로 전력을 생산했다.
고리 1호기의 총 공사비는 약 3400억원, 1970년 우리나라 1년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였다. 막대한 사업비 때문에 무모한 사업이라는 평이 많았지만, 우리 정부는 영국과 미국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고리 1호기의 운명은 2007년 설계수명인 30년이 만료되면서, 국내외 환경시민단체는 영구정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10년간 수명 연장이 결정돼 추가로 전력을 생산했다.
이번달 9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수원이 제출한 영구정지 운영변경 허가 신청을 의결하면서 고리 1호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 배경에는 정권이 바뀌지 않았으면 고리1호기는 계속 가동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환경운동연합과 그린피스는 "수년동안 우린 한결같이 고리1호기 영구정지된다고 국내 전력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을 뿐더러, 원전산업계가 줄기차게 지향해온 추가 원전의 명분도 더 이상 허구뿐"이라고 말했다.
원전폐로는 그냥 방치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해체에서 원전부지 복원하기까지 짧게는 약 15년에서 길게는 20년이 걸린다.
원안위는 구체적인 해체 로드맵은 19일 발표한다.
이와 달리, 원전 중심의 발전은 안전성과 끊임없이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노후된 원전 고리1호기를 정부와 민간은 거듭된 반복의 공방만 허비했다.
더 큰 충격은 원전 부품조차 위조 또는 가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원전발전에 근본적으로 재검토되는 것은 물론 원전산업에 결정적인 제동이 됐다.
국내 가장 오래된 고리 1호기는 국민적인 불안감을 주고, 매년 유지관리비용만 눈덩어리처럼 늘어났다. 1978년 가동을 시작이후 사고고장횟수만 129번에 달했다.
고리 1호기에 올 4월부터 약 160일간 계획예방정비라는 명목으로 들어간 비용은 1930억 원. 2007년 10년짜리 수명연장에 필요했던 부품교체에 지출한 약560억 원보다 무려 3.5배나 더 많다.
그린피스가 밝힌 고리1호기에 집착한 이유는 또 있다.
원전사업자 입장에서 새로운 원전을 짓기보다 지어놓은 원전을 고쳐 계속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원전 한기 당 3조원이 드는 데 비해, 기존 원전의 노후 부품을 교체하는 것은 몇 천 억원 수준이다. 또 원전 한 기를 새로 짓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기간을 따져 봐도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사업자인 한수원에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수명이 다했는데도 고리 원전 1호기를 당장 닫지 못하는 것은 폐로에 대한 선례가 없기 때문도 크다. 2003년 정부는 원전 해체에 드는 비용으로 3521억 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6033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단순히 물가 상승이라 보기에는 너무도 큰 변화다. 이는 폐로에 대한 방법과 기간 등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근거로, 여기에 핵폐기물 저장소까지 마땅치 않음을 고려하면 정부가 섣불리 폐로를 결정하기란 어려운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원전을 줄이면 전력난이 심각해 질 것이다."는 일부 여론도 한수원이 수월하게 원전의 수명연장을 정당화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고리 1호기가 문을 닫으면 과연 전기가 부족할까. 고리 1호기가 우리나라 총 전기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1%밖에 되지 않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전력생산량은 472,650GW/h였고, 최대 출력치를 보인 2010년 고리 1호기의 전력 생산량은 4903GW/h이었다.
그렇다면 1%의 전기 생산을 위해 우리는 수천 억 원의 비용을 들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면서까지 이를 가동해야 하는 것인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원자력진흥사업을 맡고 있는 산업부와 한수원이 국민에게 반드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후쿠시마의 현장을 봤다.
후쿠시마 사태에서도 보듯이 원전 사고는 그 후 처리에 드는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일본의 경우, 제염복구 작업에만 5.81조엔(한화로 약 64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더구나 시민들이 겪는 유무형의 피해까지 감안하면 총액을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노후 원전의 연장운전 허가를 엄격히 제한하고 수명이 다한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원전의 폐기도 EU방식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국민의 의견은 무시한 채 내린 이번 재가동 승인해 국민적으로 공분을 샀다.
2017년 6월 18일 고리1호기 일대는 축제 분위기다.
녹색당 이유진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양적 성장을 집착해왔고, 그 속에서 사람이 망가지고 고통받는 것에 대해 일부의 희생이 전체적으로 이득을 본다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였다. "고 말했다.
또한 "핵발전소에서 생산해내는 전력량에 열광했고, 그 효율성과 경제성을 떠받들었다. 발전소 주변지역의 주민들과 그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방사능피폭은 한번도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된 적이 없었다."며, "송전탑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이었다. 정부가 주도해서 핵발전 중심의 정책들을 펼쳐왔다. 이제 그런 시대는 접어야 한다."고 거듭 환영의 뜻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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