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승소로 새로운 전기 마련
반올림측, 재판중 고의적인 재판방해 증언으로 고통받았다고 밝혀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 삼성반도체 관련 긴 싸움 끝에 또 하나의 희소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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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고인이 된 이은주 님 생전 모습 © 환경데일리 |
28일 서울행정법원(제2행정부, 재판장 박연욱)은 이미 고인이 된 이은주 님의 유족 대표인 부친이 3년전 2013년 5월 14일자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난소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것은 반도체 산업에서 국내 최초 사례가 됐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망인에게 난소암이 발병한 원인 및 발생기전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작업장 금선연결 공정에서 근무하면서 유해 화학물질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비에 대한 문제가 있었음"을 법적으로 인정했다.
특히 "고인이 상당한 기간 주야간 교대근무를 했고, 그 기간 동안 피로,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유해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망인에게 좌측 난소의 경계성 종양이 발병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후 위 질병이 재발, 악화돼 악성 종양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의 질병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된다"면서 "고인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해 결국 사망,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고, 이와 결론을 달리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눈에 띄는 것중 판결이유 중에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公的) 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도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사정에 관해는 증명책임에 있어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한 점이 눈에 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반올림은 "일단 대환영한다"며 "이번 산재인정 판결이 17세에 노동을 시작해 24세에 난소암 진단을 받고 12년간의 투병 끝에 36세에 생을 마감한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판결부의 판결처럼 반올림측에 끊임없이 주장해온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안전보건 관리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 됐다.
이에 따라, 향후 재판은 물론 재발방지와 민주주의 보상문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올림측은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첫 산재인정 판결 승소를 받기까지 험난한 시간을 보내와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이 반올림과 유족들이 반응이다.
바로 삼성전자측이 이번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도 자료은폐와 왜곡으로 유족들의 산재인정을 방해해왔다고 거듭 밝혔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유족들에게 잘못 인정과 사과는 거듭 촉구했다.
특히 망인이 취급한 접착제에 대해 잘못된 자료를 제출해 공단의 재해조사를 방해했다. 삼성전자측은 망인이 취급한 '세척제'는 "세척제를 사용한 적 없다"는 거짓 진술을 했기 때문이다.
원고 측이 "망인이 근무했던 공장의 안전보건 관리 실태에 대한 노동부의 진단보고서(종합진단 보고서)"를 요청하자,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
삼성전자가 협상(조정)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후 지난해 9월부터 기습적으로 강행한 보상절차에 따르면, 이번에 산재인정 판결을 받은 난소암은 3군 질환에 불과해 그 유족들은 가장 낮은 수준의 보상(치료비 정도)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기준은 이제껏 난소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한 조정권고안의 기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반올림은 산재 인정여부에 따라 보상 내용에 차등을 두는 것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자료은폐와 회유 등으로 산재인정에 어려움을 겪어온 피해자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고, '사회적 부조'라는 보상의 취지에 맞게 모든 피해자들에게 치료비 뿐 아니라 최소한의 생계비는 보장돼야 한다는 등의 수정의견을 조정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의 일방적 조정 거부로 인해 현재까지도 보상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판결은 삼성의 독단적인 보상절차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 또한 일방적으로 정한 보상기준과 내용이 전면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한편 반올림측은 근로복지공단과 삼성에 촉구하는 입장을 거듭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부당한 항소로 유족들의 고통을 연장하지 마라는 것과 삼성전자는 작업장 안전보건관리를 소홀히 해 노동자들을 병들고 죽게 한 책임 인정과 삼성전자는 사과, 보상에 대한 반올림과의 협상에 나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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