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시민단체 청와대 앞 공동기자회견
정부 묻지마 살처분 정책 폐기 한 목소리
"산안마을 예방적 살처분 강행 중단하라"
3년전 3800만 수 살처분 최악 기록 임박
'예방적'살처분, 과학적 방역 실종 비판
3km 살처분 위험 평가 커녕 무차별 강요
친환경농법 상 주지 못할망정 죄인 취급
살처분 취소 권한 놓고 서로 책임 미뤄

70여일간 2,600만 닭과 오리 산채로 묻어

김영민 기자 | sskyman77@naver.com | 입력 2021-02-10 1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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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죽여도 너무 많이 죽였다. 그만 죽이라. 우리는 동물을 죽이기만 하는 엉터리 동물방역을 규탄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한파를 넘어 강타했다. 무려 70여일 동안 2600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 가금류들이 산 채로 꽁꽁 언 땅에 묻었다.

그동안 구제역, AI 등 소돼지 등 구제역과 닭과 오리에 찾아오는 가금류의 전염병으로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땅에 묻는 방식의 살처분을 강행했다. 행정당국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살처분으로 전염병 예방지침을 강행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근거 없는 살처분 확대로 생명 희생을 키우고 있는 동물 대학살에 비통함을 금할 길 없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10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경기도 화성시 산안마을 사람들과 30곳 시민단체 회원이 공동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이 자리에는 화성환경운동연합,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사)더큰이웃아시아, 화성먹거리시민네트워크(준), 화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큰나래협동조합, 청청당당, 화성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등 20개 단체가 모였다.

이들은 청와대에 진정서를 낸 이유를 고병원성 조류독감으로 인한 것이라지만 멀쩡한 동물을 미리 죽여 감염될 동물조차 없도록 만드는 것이 방역인가라고 항변했다. 동물을 모조리 죽여 없애고나서 조류독감을 막았다며 종식 선언을 할 것인가. '예방적'이라는 말이 가증스러울 정도로 과학적 방역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근거 없이 살처분만 확대 실시하고 있는 현 정부는 이 폭력과 야만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6일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병한 이후 지금까지 70여일 간 무려 2600만 마리 넘는 닭과 오리 등이 땅에 묻혔다. 역대로는 두 번째다. 2016~17년 한 겨울에 3800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최악의 기록을 세웠다.

보건당국의 한계를 보여준 기계적인 살처분은 멈추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살처분하면서 나타나 현상은 감염돼 죽인 닭보다 감염되지 않았는데도 죽인 닭이 3배 이상된다."며 "이토록 많은 살처분과 소위 '예방적' 살처분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만큼 최악중 최악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런데도 조류독감은 멈추지 않고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는데 과거 정부나 현재 정부나 예외없이 무조건적 살처분으로만 일관하는 건 구시대적이며 원시적인 살육행위며 무슨 부끄럽고 무능한 생명 살상이다."고 비판했다.


방역당국에서 내놓은 지침은 구제역이나 AI 발생 지역의 경우 발병농장 반경 3km 무조건적 살처분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왜 3km까지 살처분을 확대 실시해야 하는지 그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현행법상 발생농장 살처분을 원칙으로 발생농장이 아닌 경우 '예방적' 살처분 확대시 살처분은 위험도 평가에 근거해 살처분 범위를 축소, 조정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지자체 태도는 전혀 다르다. 반경 3km 살처분이 위험도 평가는 커녕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차별적으로 강요되고 있다. 근거 없이 무조건 죽이라고만 하는 현 정부의 '묻지마' 살처분, '싹쓸이' 살처분 방침 때문에 살처분 희생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찮은 생명으로 치부할 수 없는 닭과 오리가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작업자(공무원 등)들이 죽임의 광기로 돌변해 무조건 땅에 묻는 극으로 치달고 있다고 분노했다.

정부는 이미 '예방적' 살처분이 무효해진 시점에서도 3km 살처분 방침에 한 치의 예외도 없다. 특히 시민단체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살처분 형평성을 들먹이면서 죽이라고 생떼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기 화성 산안마을은 지난해 12월 23일 인근 농가에서 조류독감 발병이 확진되며 농장이 1.8km 떨어져 단지 3km 내에 위치한다는 이유만으로 살처분 명령을 받았다. 그 가운데 친환경농법으로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산안마을은 살처분에 비껴가지 못했다.


이들 공동체가 분개한 이유다. 산안마을은 대안적 마을 공동체로서 지난 37년간 밀집사육을 지양하고 철저한 방역체계를 구축해왔다고 밝혔다. 살처분 명령을 받아드릴수 없다고 반기를 든 이유를 경기도와 화성시의 방역사업 모델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산안마을은 동물복지 탓에 3만7000마리 닭들은 실제 고병원성 조류독감 감염의 징후가 전에도 없었고 현재도 없다고 주장했다.

마을 주민들은 "살처분 없이 바이러스 최대 잠복기 지나서까지 닭들은 매일매일 음성 판정을 받고 있는데 어째서 정부는 살처분 명령은 취소하지 않고 '예방적'이라는 명분도 사라진 현 시점에서 무조건적으로 살처분만을 밀어붙이며 예찰지역 전환도 미루고 있는가. 산안마을을 죽일 작정인가."라고 청와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3년 전인 2017년 살처분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하고 억압하는 전북 익산시 소재 참사랑 산란계 동물복지농장 닭과 오리 5000마리를 묻었다. 그때 이유도 단지 3km 내에 위치한다는 이유만으로 탁상행정식 살처분 명령을 내렸다. 당시 5000마리 닭들이 최대 잠복기 지나 비감염 판정을 받고 있는데도 살처분 명령 취소는 하지 않고 끝까지 닭들을 죽여 없애버리려 하던 행정 폭력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웃지 못할 행정적인 미숙함도 드러났다. 기자회견에서 살처분 명령과 명령을 취소 권한을 놓고 관할 지자체과 농림축산식품부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해프닝도 지적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의 몫이다. 이들은 당시 살처분 명령을 받았던 닭들은 굳건히 살아남아 3년간의 본안소송 기간 동안 잘못된 살처분 명령의 산 증인이 돼줬다고 밝혔다.

이같은 탁상행정 살처분 명령이 비단 참사랑 농장과 산안마을만의 일이나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까지 근거 없는 싹쓸이 살처분 방침에 예외는 없다는 정부의 이런 방침 앞에 얼마나 많은 억울한 죽음이 이어져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들이 더 분개하는 건 조류독감으로부터 닭들을 비감염으로 지켜낸 농장이야말로 칭찬 받아야 하는데 정부는 행정 폭력에 의해 이들을 말살시키려 하는지를 되묻었다. 아울러 공장식 축산 전환의 유일한 희망인 동물복지농장을 이렇게 철저히 짓밟아도 되는지 대통령께서 답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번 기자회견에 참여한 산안마을 소속 유재호씨는 "우린 과학적인 대안을 찾기를 요구해왔다."며 "산란계 3만7000마리가, 계란 100만 개가 출하되지 못하고 살처분만 위해 대기중"이라고 긴 한숨을 쉬었다.

 
유 씨는 "정부가 계란까지 수입한다고 하는데, 우리 경우 살처분 명령이 떨어지면 AI 음성판정을 받은 멀쩡한 3만7000수와 달걀 100만개를 묻어야 한다."라며 "정부는 살처분 명령을 철회하고 우리와 같은 집단공장식 사육장과 달리 유기농법으로 키우는 동물복지농장 위한 대책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성환경운동연합 박혜정사무국장은 "AI에 대한 지역방역의 모범을 보여준 농장에 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모두 죽여야 한다는 건 코로나 사태 발생한 원인을 망각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한살림경기서남부소비자생활협동조합, 화성여성회, 화성YMCA, 생태예술한옥마을영농조합법인, 문화농업연구소, 화성한과, 너나들이, 화성오산녹색당, 두근두근작은도서관, 그물코평화연구소, 다올공동체센터, 가온시온성교회, 산안마을, 동탄그물코협동조합, 화성노동인권센터, 마을공동체그물코,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 마을만들기화성시민네트워크, 불교환경연대, 신대승네트워크, 동물권행동 카라 등 30개 단체가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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