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화물선 평형수(ballast water) 실려 가능성
1만kg 해조류 수거, 지방정부 처리 문제 '골머리'
해조류, 에너지 생산 활용 순환 경제 기여 효과
스페인 안달루시아 해안이 '루굴롭테릭스 오카무라에(Rugulopterix Okamurae)' 이름의 아시아 해조류의 끊임없는 침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6년 처음 발견된 이후 9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해조류의 확산은 안달루시아의 해양 생태계와 지역 경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해변에 밀려오는 해조류를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지중해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경고한다.
'몰래 온 손님', 거대한 위협으로
루굴롭테릭스 오카무라에는 원래 태평양 해역이 원산지인 해조류다.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수많은 아시아 화물선이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하면서 배의 평형수(ballast water)에 실려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02년 프랑스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2015년 스페인령 세우타에 정착했고, 2016년부터는 지브롤터 해협을 중심으로 안달루시아 해안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안달루시아 해안은 다른 해조류의 침략 시도를 경험했지만, 루굴롭테릭스 오카무라에는 그중 가장 파괴적인 영향을 미 미치고 있다. 말라가대의 마리아 알타미라노 예스케 교수는 이 해조류가 해저 생태계의 다양성을 95%까지 감소시켰다고 경고한다.
현재 해조류는 카디스, 말라가, 그라나다, 알메리아 등 안달루시아의 5개 해안 주 중 4개 주에 광범위하게 퍼져, 모래가 많은 해저 환경 탓에 확산이 더딘 우엘바(Huelva)만이 침략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다.
처리 문제와 활용 방안
루굴롭테릭스 오카무라에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엄청난 양이다. 7월 말 라 리네아 데 라 콘셉시온(La Línea de la Concepción) 지역에서만 1만kg의 해조류가 수거될 정도로, 지방정부는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알타미라노 교수는 이 해조류가 해저에 고정되지 않고 물속에 떠다니는 성질이 있어 확산 속도가 더욱 빠르다고 지적한다. 안달루시아 지방 정부는 최근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을 발표하고, 수거된 해조류의 처리 방법과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알타미라노 교수는 멜리야(Melilla)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멜리야는 수거된 해조류를 에너지 생산에 활용 순환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교수는 해조류가 다시 확산되지 않도록 '비활성화'한 뒤, 이 바이오매스를 멜리야와 유사한 용도로 재활용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업에도 치명적인 영향
루굴롭테릭스 오카무라는 해양 생태계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특히 어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해조류가 너무 많아지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어업은 물론, 특히 저인망 어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조류가 그물에 엉켜 물고기가 들어오는 것을 방해하고, 어부들은 그물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해조류를 제거하고 그물을 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어부들이 작업의 효율성을 위해 잡힌 해조류를 항구까지 가져가지 못하고 바다에 다시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해조류가 더 넓은 지역으로 퍼지는 원인이 돼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조용한 침략'과 앞으로의 과제
전문가들은 루굴롭테릭스 오카무라에가 2015년 이전에 이미 지중해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른 해조류와의 유사성 때문에 제때 발견되지 못했던 '숨겨진 침략(invasión críptica)'이 지금의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오늘날 이 아시아 해조류는 안달루시아 해안에 있어 매우 심각하고 해결이 시급한 문제다.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해조류의 확산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엄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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