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감축계획, 현 정부 이후로 책임 전가
산업계 책임 불확실한 기술과 국제감축 이전
재생에너지 확대 제시 못한채, 핵발전 골몰
탄소중립녹색성장위 산업계 민원 챙기기 충실
국가탄소중립 계획 결국, 10년 허비한 꼴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이 막상 뚜껑이 열어보니 10년의 세월만 허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현재의 1.5도 탄소예산을 고려할 때 한국의 NDC는 상향돼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현 정부의 기본계획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지자체, 일반국민들까지 기본계획은 향후 20년 한국 기후정책의 방향을 좌우할 최상위 계획으로 인지했다.
그러나, 하루 전 공개된 IPCC 6차 종합보고서는 1.5도 탄소예산으로 5000억톤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향후 10년의 행동'이 기후위기 대응에 결정적으로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번 기본계획안은 이런 과학의 경고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한채 10년의 결정적 시간을 허비하게 될 졸속적인 계획이다. 녹색연합은 현재 공개된 안일하고 터무니없는 계획을 인정할 수 없고 이런 무책임한 계획에 우리 모두의 삶을 맡길 수 없음을 밝힌다.

우선 이번 계획은 연도별 감축계획을 담고 있지만, 20년 단위의 법정계획임에도 2030년 이후의 계획은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2023년~30년의 기간 중 전반기의 감축부담을 최소화하고 후반기로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좌우하는 것이 누적배출량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현 정부의 감축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선택이다.
부문별 감축 책임 중 산업계의 감축 책임을 14.5%에서 11.4%로 크게 후퇴시켰다. 기존 NDC에서도 감축률이 가장 적었던 부문의 목표가 또다시 축소됐다는 것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가 산업계의 민원 챙기기에 충실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문의 온실가스배출량은 전체 국가배출량의 54%(전략사용량 포함)에 달한다. 이런 산업계에 대해 엄격한 규제가 아닌 온갖 지원책들만 가득한 것은 결국 이 기본계획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말해준다.
산업계 감축목표가 줄어든 만큼 CCUS와 국제감축분이 확대되었다. 현 정부가 '현실가능한 감축'을 강조하면서도 CCUS와 같이 상용화되지 않은 불확실한 기술에 대한 의존을 늘리는 것은 자가당착에 불과하다. 국제감축은 2030년 최종 연도에만 몰아서 적용하고 있다. 이것은 파리협정의 세부규칙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방식이다. 결국 산업계가 져야할 책임을 불확실한 수단과 방식으로 미래에 전가해버린 것이 지금의 기본계획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사무총장 |
특히, 현 기본계획은 화석연료에 대한 확실한 감축계획과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은 제시하지 못한채, 위험한 핵발전 확대만을 내세우고 있다. 파리협정을 지키기위한 2030탈석탄 계획을 비롯한 화석연료 감축 로드맵은 없다. 기본계획안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1.6%+@'로서, 기존 NDC보다 후퇴했던 10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진전된 점은 사실상 없다. IPCC 6차 보고서가 핵발전이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나 비용 면에서 재생에너지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옵션이라고 함에도, 기승전-원전 확대정책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인 정책임을 자인하는 셈.
현재의 2030년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1.5도 목표 달성에 매우 부족함에도, 기본계획에서 2030 NDC의 조정이나 상향은 없었다. IPCC 6차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1.5도 제한경로를 위해서는 2019년 대비 43% 감축이 필요하다 강조하지만, 한국의 2030 NDC는 2019년 대비 34%에 불과하다. 현재의 1.5도 탄소예산을 고려할 때 한국의 NDC는 상향돼야 마땅하다.
녹색연합은 정의로운 전환 계획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노동자와 관련 교육훈련, 직무전환 훈련 정도만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산업전환에 따른 기업 손실 최소화"와 같이 기업 피해를 살뜰히 챙기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조차 기업 지원을 위한 명분으로 오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본계획은 탄소흡수원의 산림, 해양, 습지의 가치를 재발굴하고 확대한다고 밝힌다. 하지만 정작 대규모 습지와 해양생태계를 훼손하면서 진행되는 새만금, 가덕도, 제주 등의 신공항사업, 산림생태계 훼손이 불가피한 국립공원의 각종 개발사업이 현 정부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런 사업을 방조하는 한, 기본계획이 말하는 탄소흡수원 확충은 허울뿐인 수식어에 불과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예산도 적정한지 매우 의문이다. 기본계획은 향후 5년간 89조9000억 원의 예산을 투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연평균 약 17조9000억 원으로 2023년 국방예산 57조7000억 원과 비교하면 31%에 불과하다.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이자 사회 모든 부문의 전환을 통해 총력을 기울여 대응해야 할 기후위기에 이 정도의 예산만으로 과연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겠는가.
유엔사무총장은 "지금 기후 시한폭탄이 작동하고 있다."며 IPCC 6차보고서가 “모든 국가, 모든 부문, 모든 기간에 기후대응 노력을 대대적으로 빠르게 시행하라는 명확한 요청"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기본계획으로는 향후 결정적인 10년을 허비하면 탄소예산을 소진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이 기본계획은 비민주적이고 기업편향적이며 핵진흥에 골몰하는 현 정부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필연적으로 가져온 결과다.
녹색연합은 기후위기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무책임한 위원회와 그들이 만든 계획에 우리의 삶을 맡길 수 없다는 점을 밝히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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