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저감시키기 위해 선진각국에서는 산업분야, 그 중에서도 특히 자동차 분야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연비를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지만 탄소함유율이 낮은 연료(저탄소 연료)를 사용하는 것 역시 매우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천연가스는 메탄이 주성분인 대표적인 저탄소 연료로서 석유계 연료에 비해 세계 각지에 분포한 산지, 풍부한 매장량, 청정성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의해 친환경적인 자동차 연료로서 세계적으로 보급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천연가스 자동차는 시내버스 위주로 2000년부터 보급돼 2015년 현재 약 3만 여 대가 운행 중이며 도심 대기환경 개선에 큰 기여를 해왔다. 연료의 청정성으로 천연가스 버스가 지금까지 대기환경 개선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은 명백하지만, 과거 대기오염의 주범이었던 디젤자동차가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오염물질을 대폭 줄인 것과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기술적 발전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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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2015년 전 세계 천연가스차량 증가 추이 © 환경데일리 |
특히, EURO-6 배기규제가 발효된 2014년부터는 디젤 버스와 천연가스 버스에서 PM(미세먼지, Particulate Matter)을 제외한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의 차이가 거의 없어짐에 따라 천연가스 자동차의 저공해성을 주장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천연가스 자동차의 저공해성이 많이 희석되었다고 하더라도 천연가스 자체의 청정성마저 퇴색된 것은 아니다. 천연가스는 완전연소에 가까운 특성을 보이며 PM의 절대량도 석유계 연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게 배출된다.
일부에서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지수가 21배나 높아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후처리 장치에 의해 천연가스 자동차가 배출하는 메탄의 양은 이산화탄소의 1/1000 정도로 매우 적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다.
천연가스 자동차가 기존의 석유계 자동차에 비해 시장이 작아 자동차 제작사의 기술개발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작았을 뿐 기술적으로 한계에 봉착한 것도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천연가스 자동차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 것은 중동, 중국, 동남아, 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의 천연가스 자동차 보급이 승용차 중심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셰일가스의 생산, 유가의 불안정 등으로 북미,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같이 천연가스 자동차 시장의 확대, 선진국에서의 관심 증가는 천연가스 승용자동차로서 기존의 이원연료 자동차(Bi-fuel Vehicle, 가솔린 등 기존의 석유계 연료로 운전되는 자동차가 필요시 천연가스로도 운전이 가능하도록 개조된 자동차)가 아닌 천연가스 전용 자동차(천연가스만으로 운전되는 자동차)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있다.
이원연료 자동차는 주로 개조 시장에서 보급이 이루어지는 차종으로서 다른 연료와 함께 사용하다보니 천연가스 연료에 최적화돼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소 규모의 개조회사에서 주도하므로 기술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반면 기술력을 갖춘 자동차 제작사가 천연가스 연료에 최적화되도록 직접 개발하기 때문에 연비나 출력 성능이 우수하고 신뢰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천연가스 전용 승용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는 자동차 제작사는 GM, Mercedes-Benz, BMW, Volkswagen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며 천연가스 자동차에 들어가는 연료시스템 또한 Bosch, Delphi 등 명성이 높은 선진 부품회사에서 개발하고 있다.
비록 국내의 현대자동차와 자일대우버스에서도 천연가스 전용 자동차를 양산하고 있지만 시내버스와 일부 트럭 등 대형 상용자동차에만 국한되어 있을 뿐, 세계 천연가스 자동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승용자동차는 수출의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프라의 미흡으로 개발을 주저하고 있다.
천연가스 자동차의 국내 인프라 환경이라 함은 충전소를 포함해 정책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 국내 천연가스 충전소는 2015년 현재 200여 곳 정도로 수적으로 다소 부족한 실정이나 국내만큼 면적대비 천연가스 충전소가 잘 갖추어진 곳도 흔치 않다.
국내의 천연가스 자동차 보급정책은 주로 버스나 일부 대형 트럭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시장 파급효과가 더욱 큰 승용이나 소형 트럭은 제외되어 있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최근 아시아 프리미엄으로 인한 국내의 높은 천연가스 가격과 이의 지속적인 상승, 그리고 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에 의한 연료비 격차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셰일가스의 도입, 고가의 천연가스 수입물량이 줄어드는 미래에는 국내 천연가스 공급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의 천연가스 자동차 인프라 환경이 계속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전망이며, 머리를 맞댄다면 다양한 해결책도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 충전소는 천연가스 자동차 보급대수와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 제작사와 가스공사 및 도시가스사가 만나 상호 의지만 확인하면 언제든지 해결할 수 있다. 정책적인 측면도 국내외 시장 환경변화, 에너지 다변화의 필요성, 그리고 수소시대 이전의 가스에너지 시대의 대비 등을 고려하면 변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제적인 측면 또한 석유 대비 천연가스의 풍부한 매장량, 셰일가스의 확대 생산 등을 고려하면 멀지 않은 시기에 천연가스의 가격경쟁력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 시기가 언제인가 하는 문제가 남지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가스에너지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만 지체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무한한 경쟁시대에서 준비 미흡으로 세계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시장까지 내어 준다면 너무나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찍이 천연가스 자동차의 기술과 인프라 환경을 보유하고 있던 우리나라가 더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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