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최대 800미터 후퇴, 파국 후퇴 점점
관광객 두 얼굴, 기쁨은 찰나, 재앙 '영원'
"빙하 덩어리 떨어져 마치 축제처럼 환호"
빙하 말단부 얇음 속도 연 5.5m 16배 증가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에 위치한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급격하게 얇아지면서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이 아름다운 자연 현상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눈에 띄게 '마르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2024년, 약 70만 명의 방문객이 빙하 국립공원의 전망대를 찾았다.
올해 방문객들은 예년보다 훨씬 큰 빙산들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로 인해 유람선 선착장이 일시적으로 막히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빙하가 여름에 녹고 있지만 겨울에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구 온난화가 낳은 위기
아르헨티나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후퇴하고, 일부 지역은 최근 몇 년 동안 최대 800미터나 후퇴했다. 새로운 증거들은 파국적인 후퇴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길이가 30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빙하는 198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남부 파타고니아 빙원에서 공급돼 아르헨티노 호수로 흘러든다. 페리토 모레노는 파타고니아에서 가장 안정적인 빙하 중 하나로, 2000년부터 2019년까지는 단 100미터만 후퇴했다.
아르헨티나와 독일 연구진의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빙하의 후퇴속도가 크게 증가했다.
연구에 참여한 아르헨티나 빙하 연구소(Ianigla)의 루카스 루이스는 "빙하가 아직 지지대를 잃지 않고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비슷한 역학을 가진 다른 빙하들의 사례를 통해 이러한 과정이 시작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속화되는 붕괴 속도
연구에 따르면, 2020년부터 빙하가 4년 만에 800미터 후퇴하는 등 템파노스 운하 호수 북서쪽에서 뚜렷한 후퇴가 관찰됐다.
루이스는 "현재 정보나 새로운 증거들은 붕괴 또는 파국적인 후퇴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빙하의 붕괴는 1년에 수 킬로미터 또는 1킬로미터 이상 후퇴하는 매우 빠른 속도의 전면부 후퇴를 의미한다. 루이스는 이미 인근의 웁살라와 비에드마 빙하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으며, "페리토 모레노 빙하의 전면부가 몇 년 안에 수 킬로미터 후퇴해 새로운 안정 위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022년 3월 헬리콥터 두 차례 비행 중 레이더 데이터를 사용해 빙하의 얼음 두께를 측정했다. 또한 빙하 끝 너머의 호수 바닥을 매핑하고, 위성 데이터와 결합해 2000년에서 2024년 사이의 표면 높이와 속도 변화를 조사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빙하 말단부의 얇아지는 속도는 2000년~ 19년까지 연간 0.34미터였으나, 2019년~ 24년 사이에 연평균 5.5미터로 16배 이상 증가했다.
연구 결과는 또한 빙하 끝 아래에 큰 능선이 존재하며, 이 능선이 2019년 이전 빙하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쳤을수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현재의 빙하 얇아지는 속도가 지속된다면, 빙하는 능선에서 떨어져 지지대를 잃게 될 것이다.
루이스는 "빙하가 지지대를 잃으면 후퇴가 너무 빨라져 붕괴와 같을 것"이라며 "이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광객들의 축제, 빙하의 장례식
2019년 이후 급격한 후퇴의 '방아쇠'는 기후 변화, 즉 적은 눈 축적으로 인한 질량 손실과 기온 상승으로 인한 더 많은 해빙 때문이라고 루이스는 설명했다.
빙하는 기후 변화에 느리게 반응하며, 특히 수역으로 끝나는 빙하는 매우 빠르게 후퇴하는 경향이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20년까지 빙하 끝 부근에서 측정된 기온 기록은 10년간 섭씨 0.2도의 온난화 경향을 나타낸다.
연구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여름과 봄에 특히 강한 온난화가 관찰돼 표면 해빙이 증가했다. 관광객들은 페리토 모레노 빙하의 얼음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마치 축제처럼 환호하지만, 사실 그들은 빙하의 '장례식'을 목격하고 있는 것.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 거대한 얼음 덩어리들이 모두 떨어져 나가면, 이 장관은 피할 수 없이 끝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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