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시 다이옥신류, 독성 물질 대기 비산, 화재주변 피해
SRF발전소 주연료 가연성폐기물 유해물질 양산 주범 비슷
파주화재로 유독가스량, 고척돔구장 300개 이상 가득채워
▲가연성 폐기물은 다른 화재와 달리,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더 많이 발생된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이런 화재는 전국 18개 시도별로 일년 평균 500건이 달한다. 소방법에 사각지대에 근본적인 대안으로 징벌적 처벌과 함께, 소방설비는 영세업체까지 확산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진 박노석 기자 |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 지난주 경기도 파주시의 폐기물처리장에서 큰불이 발생 무려 닷새만에 불씨를 잡았다.
이번 화재의 진원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8일 오후 2시40분경 파주시 부곡리의 한 폐기물처리업체 야적장에 쌓아둔 폐기물 1500여톤 가량을 모두 태웠다.
파주소방서 관계자는 "이번 화재는 가연성 폐기물인 폐플라스틱을 비롯 폐비닐, 폐전선 등 불에 잘 타는 성질 폐기물이 압축돼 있었던 곳으로 불을 끄는데 애를 먹었고, 진화과정에서 제2차오염을 염두해뒀다."고 말했다.
그는 "진화과정에서 가연성 폐기물들이 타면서 나오는 중금속 등 발암물질이 그대로 오폐수관로, 지표면 땅 등으로 많은 양이 스며들 수 밖에 없는데, 향후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로 인해 때마침 불어온 강풍에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은 연기가 주변으로 애워쌓았다.
화재 시 발생되는 연기는 수평으로 초당 초당 1~2m, 수직(상공)으로는 초당 3~5m로 퍼지게 된다. 파주 폐기물 야적장에서 화재로 발생된 유독가스량은 상상 그 이상이다. 화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화재에서 뿜어낸 유독가스양은 실내야구장인 고척돔구장 연면적 8만3441㎡, 높이 67.59m의 규모로 300개 구장 안에 가득 채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정도 양이면 100만명이 한꺼번에 흡입할 수 있다. 화재시 유독가스는 3초만 마셔도 바로 질식하게 된다. 한번 들려마시면 폐질환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해 평상 장애로 살아야 한다.
▲전국 시도별 처리시설 현황. 제공 소방청 |
악성물질 화재로 인한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독가스는 다이옥신류,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시안화수소, 염화수소 등이 공중에 날아가 자연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반경 짧게 1km 멀리 10km까지 날아가 다시 땅으로 내려앉는다.
즉, 유독가스는 공기속에 미세먼지와 결합해 사람이나 동물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게 된다. 농작물 피해도 예외는 아니다. 잎사귀에 스며들고 토양, 지표수에 그대로 흡수된다.
그동안 폐기물은 관련 법규에 따라서 가연성폐기물을 압축한 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소각로에서 에너지 발생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이 처리장은 폐기물을 압축해서 분쇄하는 대신에 밤마다 조금씩 불법 소각해왔다는 것이다. 또 이번 대형화재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수 차례 화재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본지는 행정안전부, 소방청에 화재시 발생되는 유독물질에 대한 2차 토양, 수질 피해, 화재진압시 사용되는 물질 성분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현존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소방법에 법령개정 근거로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방특별조사대상 선정 심사를 화재 발생우려가 높거나 최근 대형화재 발생한 것과 유사한 대상· 건축물 등을 관리해야 한다. 이번 화재 폐기물업체는 관리가 소홀했다.
이와 관련, 대기질 관련 전문가들은 화재발생시 내뿜는 유독물질은 소방관을 물론, 주민, 토양과 수질에 미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특히 공중으로 날아가는 독성이 강한 다이옥스류 등은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고 밝혔다.
지난해 부터 타 에너지업계는 가연성폐기물을 연료화 발전하는 SRF 열병합발전소의 문제점을 꾸준하게 지적했다. 매일 수백여톤의 폐기물을 소각하면서 배출되는 유독물질이 열효율성 에너지생산의 이익보다 소각재 등 대기오염물질 발생으로 더 손해가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가연성폐기물을 압축해 만들어낸 고형폐기물연료(SRF)를 사용한 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천연액화가스인 LNG보다 약 668배, 질소산화물이 약 480배, 염산은 약 67배 이상 더 배출된다.
15년 전인 서울시 양천구 목동 소재 소각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은 장기간동안 뽐어진 사례처럼, 용해되지 않고 공기중에 떠다니며 몸에 축적돼 면역력과 호르몬의 이상을 유발, 각종 암과 기형아출산의 큰 원인이 된다.
SRF를 소각할 때 유해물질 배출에 따른 관리 감독도 허술하다. 지자체는 극히 형식적이다. 발전소 점검때나 고장시 멈춰 재가동할 때는 가장 많은 다이옥신류가 배출되지만 무방비다.
중요한 부분을 놓친 곳은 환경부다. 가연성폐기물을 주원료로 발전소를 가동할때 환경 오염배출 기준치는 맞춘다고 하지만 이는 이론적 수치에 불과하다. 발전소 등에 설치되는 굴뚝자동측정기(TMS)에서는 모니터링을 해도 조작이 가능하고, 특히 순간적인 찰나에 나오는 발암물질 등은 측정이 안된다는 점이다.
환경부가 정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에 '굴뚝자동측정기기 부착대상 배출시설 및 측정항목'에 고형연료제품 사용시설의 측정항목은 '먼지, 질소산화물, 염화수소, 일산화탄소'만 명시돼 있는 점도 문제다.
파주환경운동연합측은 "이번 화재에서 우리 사회안전불감증이 다시 노출됐다."며 "옷, 폐플라스틱 등이 타면서 발생된 독성가스를 마셔야 하는 것은 현재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소방시설 의무화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법적 대응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화재는 태성비지니스 업체의 화재예방을 소홀한 점을 묵과할 수 없고 화재진압중에도 동종업계 파주시 번영업체도 물이 잠깐 나 소방서 출동했다."며 "가연성 폐기물 화재시 발생된 유해물질이 소량 배출이라고 해도 누군가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국가 차원에서 법개정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환경단체 입장도 있고, 오염원 배출 업체가 발생시킨 화재로 인한 제2차 오염원 배출 건은 심사숙고해 관련 법 개정까지도 고려해 볼 사안."이라며 "아직까지는 어느 지자체도 없는 사례이기 때문에 제발방지 차원에서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유독가스 복병은 가연성 유기 단열재다. 유기 단열재는 단열 성능은 좋지만 문제는 화재시 유독가스에 취약하다. 불길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를 가장 많이 유발시키는 대형 인명 피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반대로 무기 단열재는 불연재로 안정성이 우수하다.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대형건물에 무기 단열재 사용 비중을 높이고 있다. 건축 선진국인 서유럽 경우 무기 단열재 제품 49%, 유기 제품 41%를 달하고 캐나다 등은 무기 51%, 유기 제품이 37%로 나타났다. 반대로 아시아권은 유기 제품이 60%에 달하고 무기 제품은 26%에 그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초고층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지어지면서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유기단열재를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층건물은 화재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증거다. 한번 연기가 발생하면 피할 방법이 없다.
국내는 더 심각하다. 건축용 단열재 사용 규모를 보면 화재에 취약한 유기 제품이 전체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KCC 관계자는 "단열재 기준을 불연재로 강화되도록 규정을 바꾸고, 특히 생명과 직결된 유독가스 발생을 최소하는 기술강화 지원을 국민안전 차원과 환경보호 측면에서 정부차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화재를 유발한 (주)태성비지니스는 폐플라스틱 재생처리사업 목적으로 2013년 파주시장으로부터 6324㎡(1916평)에 종합재활용법 인허가 위해 사업계획서를 신청했으나 화재위험이 있고 소음, 진동, 악취가 발생한다고 거부당했다.
당시 (주)태성비지니스측은"화재위험에 대해 파주소방서에 사업내용을 확인시키고 현장확인결과 소방법을 준수하며 건축한 건물로 판정돼 '허가가능'하게 됐고 소음, 진동에 관한 내용도 '허가 가능'을 받는 등 적법한 시설을 갖췄에도 허가 거부로 소송을 제기해 2015년 "파주시가 사업허가를 거부하는 것은 부적합 하므로 취소하라'는 승소판결을 결국 파주시를 이겼다.
태성측은 순수한 플라스틱과 폐기물 중간처리업체로 까다로운 환경법령에 따라 시설을 갖추고 관계부서 전문가들의 심사 후 사업에 착수, 악취가 발생하거나 폐수가 발생하는 시설이 아님에도 마치 핵폐기장이라도 건립하는듯 오해돼 수십억이 투자된 사업이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당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었다.
파주환경운동연합측에 따르면 이번 화재진원지 업체 인근에 많은 가구들이 꾸준하게 소음, 분진, 악취 발생 등에 시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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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봉사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방직 소방관들에 대한 예우 차원은 국가직 전환뿐이다. 2017 소방안전 사진공모전 수상작 대상인 이도은 작품 '목숨을 건 각오' 제공 소방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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