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그날', 분단 비극 최전선 선 할아버지 삶과 마주해
총 36개국 116편, 전쟁, 소외계층, 청소년, DMZ비전 신설
국내외 일본군 위안부 대한 다큐 특별기획전도 크게 주목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제 8회째를 맞이한 DMZ국제다큐영화제(8th DMZ International Documentary Film Festival, 8th DMZ Docs)가 변함없이 찾아왔다.
2016년 DMZ국제다큐영화제의 크게 3가지로 키워드를 맞췄다. 우선 국제영화제 성격을 각 장르별로 경쟁을 유도했다.
이와 함께 비전도 제시했다. DMZ국제다큐영화제에 맞게 '평화, 소통, 생명'을 주제로 한 아시아의 대표 다큐영화제로의 도약한다는 약속이다.
아울러, 중동국가의 분쟁, 국내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실태고발, 청소년들의 삶과 미래를 조명하는 데 더욱 비중을 뒀다.
올해 영화제 규모는 총 36개국에서 총 116편을 들고 나왔다.
이번 영화제는 9월 22일(목) 부터 29일 8일간 고양시 메가박스, 파주시 메가박스, 김포시 김포아트홀, 연천군 연천수레올아트홀에서 분산돼 열린다.
개막식은 22일 저녁 7시부터 DMZ 내 캠프그리브스에서 개막작 '그날'을 시작으로 스크린을 침묵과 탄식, 눈물, 웃음, 현실적인 공감대 형성, 미래 청사진 등을 그려지게 된다.
특히 개막작은 분단의 비극의 최전선에 서있었던 할아버지의 삶과 역사를 마주하는 휴전선 인근 캠프 그리브스에서 펼쳐져 DMZ국제다큐영화제의 의미를 더 남다르게 하고 있다.
'그날(One Warm Spring Day)'내용은 이렇게 전개된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이었던 외할아버지의 오른쪽 발 광대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앙상하게 메마른 발에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그 죽은 피부는 전쟁에서 도망치고자 했던 외할아버지의 울음이었다.
한국군이었던 친할아버지와 인민군이었던 외할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여전히 단단하게 분단된 한반도의 남쪽에서 살고 있다.
어느 따뜻한 봄 날, 나는 나의 한 쪽 뿌리인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다. 어린 시절 목격한 외할아버지의 죽음은 어른이 된 나에게 계속해서 고통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외할아버지는 그 날,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
나는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외할아버지의 삶과 시간들을 쫓기 시작한다. 나는 할아버지가 밟았던 땅과 보았을 시선을 따라 걸으며 할아버지의 죽음과 비극의 역사를 아프게 이해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정수은 감독은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다큐 영화로 만들고 싶어서 다큐멘터리 공부를 시작했다. '그날'은 신진작가부문 제작지원작이기도 하다. 감독의 첫 장편 작업으로, 개인의 기억과 목소리가 역사와 어떻게 만나 발현되고 창작되는지에 대한 첫 실험작 이기도 하다.
정 감독은 "한반도의 비극의 역사에 아프게 숨어 있는 할아버지의 역사와 상처를 아프지만, 용감하게 어루만지는 이 영화를 통해 분단의 역사를 다시 한번 성찰하고, 통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회측은 올해 다큐영화제 이슈를 DMZ국제다큐영화제의 정체성 강화, 다큐멘터리 저변확대를 위한 다양한 문화, 교육과 적극적으로 연계,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인큐베이터’ 역할과 네트워크 강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국제다큐영화제의 성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DMZ비전'을 신설했다.
다큐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역사적 트라우마와 치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한반도의 아픔, 실향민과 이산상봉, 북핵문제의 초긴장 모드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극복할 방안도 다큐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8회 DMZ국제다큐영화제가 지난해 분단 70년을 맞아 분단의 비극성을 담은 작품들로 구성된 특별전을 선보였다. 'DMZ비전'이라는 섹션을 통해 분단의 현실과 통일에 대한 전망을 제기하는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다큐 특별기획전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의 지역을 가로질러 연결되는 전시성폭력의 문제들을 낱낱이 조명한다.
이번 특별기획은 일본군 위안부 기록을 그동안 국내에서 소개될 기회가 없었던 일본과 중국, 대만에서 제작된 위안부에 대한 다큐가 일본의 만행이 어디까지 인지를 또 한번 재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 각국에서의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함은 물론, 전쟁과 폭력이라는 여성들의 경험이 한 국가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다는 사실도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다.
조재현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무엇보다 관객과의 대화채널을 강화하는 등 많은 부문에서 변화를 주기위해 시도했다."면서 "그래서 DMZ국제다큐영화제 슬로건을 '세상을 보는 창'으로 했고 그 속에 답이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특히 올해 'DMZ비전'이라는 섹션을 신설, 분단의 현실과 통일에 대한 전망을 제기하는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해 뜻 깊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평화를 외치고 호소하는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테러, 전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인간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수 많은 장애요인들을 스크린에서 현재와 미래의 평화를 찾는 소중한 기록물이 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후원은 경기도, 고양시, 파주시, 김포시, 연천군, 문화체육관광부, 주한미국대사관 등 10여곳이 함께 했다.
![]() |
▲DMZ, 한 폭의 그림으로, 이국적인 느낌일 수 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동식물도 함부로 이동할 수 없는 정체된 공간이다. 그 밖은 북핵문제, 북한주민 인권 심각성, 이산상봉, 더 나아가 인류의 재앙인 전쟁은 휴전선을 비롯 중동지역, 아프리카 등지도 비슷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
한편 이번 공식포스터는 세계적인 항공사진 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DMZ 사진이 메인포스터로 선정됐다.
"이렇게 긴 인공적인 경계선은 보지 못했다. DMZ에서 오히려 신기했던 것은 전쟁의 긴장 같은 것이 아니라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떤 움직임 하나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작가의 말이다.
그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11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얀이 최초로 촬영한 DMZ항공사진을 DMZ국제다큐영화제에 기부 한 것. 포스터에 찍힌 사진은 서부 전선에서 중부 전선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경계선을 담았다.
DMZ가 환경, 생태의 보고라는 것을 한 눈에 보여주는 사진이다. 시원한 초록색의 울창한 삼림이 시야 가득 시원하게 펼쳐지는 이 평화로운 풍경 사진 아래쪽에 아주 작게 경비초소가 눈에 띈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작가는 이번 영화제에서 얀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그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 '휴먼(HUMAN)'도 상영된다. 그는 프랑스 태생으로 현재 아카데미 데 보자르 정회원, 유엔환경계획(UNEP) 명예 홍보대사로도 활동중이다.
[저작권자ⓒ 환경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