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시민단체 반발, 주민소환까지 고려 강력한 검토
제주 해안가 난개발, 바닷물 역으로 한라산 파고들어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비자림로 삼나무 숲길을 망치려다, 시민들의 반발로 멈춘 지 10여일이 되고 있다.
비자림로 확포장공사는 제주제2공항 개발의 시작일 뿐이라고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참여환경 등은 제주도 환경정책이 최악의 낙제점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미 이들은 성명을 통해 금백조로 확장 등 제주제2공항 연계도로계획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한다고 주장했다.
비자림로는 전국에서 가장 멋진 길로 2002년 '천혜의 자연경관이 잘 보존됐다'는 평가를 받아 아름다운 도로로선정된 곳이다.
본지가 취재한 바, 최근까지도 도로 교량, 해안접안 시설에 대한 제주도 자체 토목사업이나, 천연기념물 보호구역내 풍수해 피해 정비 사업을 환경정책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채 제주도 특유의 자연을 훼손하는데 묵인 묵살돼 왔다.
이유는 정부 국비 확보부족, 특별자치도 자체 예산 반영 미흡, 제주도, 제주시, 서귀포시 공무원들의 환경인식 부족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 관계자는 "관급발추 공사 조차 처음 설계계획부터 환경보전을 위한 공법적용이 전혀 없이 사업편성을 하다보니, 공사과정에서 막대한 오염원을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재보호구역이나 한라산내 멸종위기종을 훼손하고 해안생태계를 망쳤다."고 실토했다.
이와 관련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공동대표는 "여전히 근시안적인 제주도 환경정책은 비자림 훼손은 그 맨얼굴을 드러났다."면서 "도지사의 환경정책 의지가 떨어지고 오직 개발만이 제주도를 세계적인 관광의 섬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은 훗날 그 여파는 사람이 살수 없는 경기도 어느 산업단지의 환경수준과 비슷하게 부메랑처럼 올 수 있다."고 했다.
현지를 취재했던 제주도는 최근, 동부지역의 교통량 해소를 목적으로 구좌읍 송당리 대천동사거리에서 송당리 방향 비자림로를 지나 금백조로 입구까지 약 2.9km 구간에 대해 도로확장 공사를 시작하다, 여론에 몰매를 맞고 멈췄다.
7월 중순부터 비자림길 양측에 빼곳하게 하늘로 뻗어나 있던 삼나무 100여 그루씩 매일 베어냈다. 일부 구좌읍 지역주민들은 공사장을 찾아 절단기 앞에서 막고 항의했지만 속수무책이였다고 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벌목작업 기간만 약 6개월이 걸리고, 훼손되는 삼나무 수는 2400여 그루에 달한다.미친 짓이라고 제주도지사를 맹비난한 수많은 국민들과 제주도민은 "자연을 갉아먹는 무모한 반자연파괴범"이라고 항의했다.
현재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며칠도 안 돼 15,000명을 넘겼다. 비자림로 보호해달라고 청원만 무려 24건으로 기록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제주도민과 육지의 국민들은 천혜의 자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제주도가 더 이상 환경보호 지키려는 의지를 토건세력이 자리를 내주고 자신들 스스로 타락한 섬으로 추락시키고 있다며 전국적인 조롱을 받고 있다.
사실상 이번 비자림로 확장사업 배경에는 제주제2공항 건설의 스타트 선상에 있다. 이번 도로확포장 공사는 4월 16일, 제주특별자치도가 1단계 구(舊)국도 도로건설 관리계획이 최종 확정됐다고 발표하면서 나온 5개 구간 중 제주시~제2공항 연계도로인 번영로~대천동사거리~비자림로~금백조로 14.7km 구간의 확장 사업 중 일부(2.9km)를 시작한 것일 뿐이다.

비자림로 확장이 끝나면 이어서 금백조로 확장 공사가 시작되는 것으로 계획됐다. 금백조로는 이름 그대로 백가지의 약초가 있다는 백약이오름 부근에서부터 성산읍 수산리까지, 아름다운 오름 군락과 수산곶자왈 그리고 광활한 초원지대인 수산평(수산벵듸)을 관통하는 도로이다.
제주도는 이미 국토교통부와 충분한 교감을 통해 제2제주공항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공항공사의 요청과 제주도의 지도층과 건설업계의 지지로 사실상 제2제주공항 건설은 타당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즉 비자림로가 광관객들이 몰고 온 차량때문에 정체되는 곳이 아닌 제2공항이 들어선다는 전제로 확장공사를 했다는 뜻이다.
금백조로 구간 주변 일대는 제주도 중산간 지대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경치와 중요한 생태적 가치를 갖고 있는 곳, 역사적 가치가 담겨 있는 곳이다. 이 일대는 오름 군락이 가장 밀집돼 있어 화산섬의 전형을 보여준 관광자원이다.
상업용 광고의 배경으로 많아 알려진 비자림로, 원형이 잘 보존돼 많은 관광객들이 트레킹이나 드라이브를 즐기며 제주의 풍광을 느끼며 힐링한 곳이다.
금백조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백약이오름의 용암이 만들어낸 수산곶자왈이 자리 잡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면 이 수산곶자왈도 일부 잠식이 불가피하다. 이곳 일대는 수산평(수산벵듸)가 자리 잡고 있다. 벵듸는 오름과 곶자왈처럼 제주어로만 존재하는 제주의 고유 생태계로서 초지가 발달한 들판을 말한다. 제주도의 면적이 남한의 2%도 채 안되지만 초지 면적이 전국 초지 면적의 약 46%에 달하는 것은 제주도 중산간 곳곳에 흩어진 이러한 벵듸 지대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수산벵듸는 몽골(원나라)이 일본과 남송 정벌을 위해 1276년에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목마장인 탐라목장이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국영목장으로, 일제강점기때 마을공동목장이 세워지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 목축문화가 시작된 역사적인 벵듸이다.
이 금백조로 확장공사가 시작된다면 이곳의 일부를 잠식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 도로 개발이 결국, 이 지대를 난개발로 끌고 갈 첨병이며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더 큰 문제가 대두된다. 비자림로나 금백조로 확장공사는 제주제2공항 확정을 전제로 만들고 있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만약 제주제2공항이 확정된다면 이 지대는 온통 난개발로 파헤쳐진 평화로 중산간지대(샛별오름 일대)의 전철을 그대로 밝을 것이다.
제주제2공항은 확정된 계획이 아니다. 수많은 논란 끝에 사전타당성 재조사에 들어가 계획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사업이다.
특히, 제주도는 해안도로를 따라 섬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데, 이들 해안가에는 커피숍, 팬션, 식당, 술집, 호텔, 주택 등이 난립돼 바닷물이 역으로 한라산 지하수를 타고 올라오는 염해 피해가 약 200m 이상까지 스며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농작물 재배를 망치고 지하수를 더 이상 식수로 쓸수 없게 된다.
한편 원희룡지사도 긴급 기자회견에서 사전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제주제2공항 계획의 추진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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