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자체 등 통합 관리 시급
"해안선, 더는 무한정 자원 아냐"
연안침식 대응 정책 국회 토론회
농해수위 임미애, 문금주, 문대림
통합 관리 체계 구축, 새 정부 과제
서울 수도권에서 유입된 바다 모래량은 얼마나 될까.
약 1억5000만㎥에 달하고 규모는 서울 종로구 위치한 인왕산 한 개를 통째로 들어낸 것과 맞먹는 양이다. 이 많은 양이 해안가에서 빠져 나가면서 부작용은 빠르게 연안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해운대 백사장 모래를 매년 채워넣어야 한다. 타 지자체 해안가도 엇비슷하다. 침식되고 모래가 사라지고 토사가 사라지고 있다. 해안가 인공구조물이 쓸려 내려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내륙 지하수까지 바닷물이 침투해 지하수 오염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소속 임미애, 문금주, 문대림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녹색연합이 주관, 해양수산부가 후원한 연안국토 보전을 위한 침식대응 정책개발 토론회가 20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기후위기 심화와 무분별한 해안 개발로 가속화되는 연안 침식 문제를 점검하고, 정책적·기술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임미애 의원은 개회사에서 "9월 동해안 연안 침식 현장을 가보니 강릉시 안인해변은 화력발전소 건설로 인해 침식이 진행되고 해결하기 위해 수중방파제가 오히려 모래 유실을 가속화시키고 있었다."고 현장의 심각성을 소개했다.
해양수산부는 2000년부터 올 6월까지 연안보전사업에 1조 9125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당초 예정한 사업비 4조 3054억원의 40.8%에 불과했다. 이유는 지자체의 예산 부족 등으로 대폭 축소됐기 때문. 그 결과 지난해 전국 연안 침식 실태조사에서 침식 '우려'와 '심각' 평가를 받은 지역이 전체의 40.7%에 달했다.
선진국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유엔은 기후변화에 따른 연안 관리와 재해 대비 장기 전략을 권고하고 있고 프랑스, 미국, 아일랜드 등은 30년, 50년, 100년 단위로 해수면 상승과 해안선 변화를 예측해 침식 위험 지역을 선정해 맞춤형 대응 방안을 시행중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조정희 원장은 개회사에서 "연안 침식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해결책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복합적 과제"라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수립,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협력, 주민과 시민사회의 참여속에 통합적 접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안 침식, 기후위기와 개발 압력 맞물린 복합 재난
이번 토론회에서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기후위기, 무분별한 개발, 바닷모래 해사 채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연안 침식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윤성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는 "우리나라 연안 지자체 중 3분의 1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 피해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인공 구조물 위주의 단기 처방을 넘어, 자연 기반 해법·토사 총량 관리·완충 공간 확보·사전 예방 중심의 통합 관리 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인호 강원대 교수는 "기후변화로 해수면 상승과 파랑 에너지 증가가 겹치며 침식·침수·돌발홍수 등이 연쇄·복합적으로 증폭되고 있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 교수는 "사전·사후에 여러 평가가 존재해도 해안 재해를 전담하는 법적 틀이 부재하다."며 '해안·해양 재해영향평가법' 제정을 통해 정책·사업 전 단계에서 재해 위험을 통합 관리할 것을 제안했다.
서울을 떠받친 건 신안 앞바다의 모래
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위험한 상황의 현장 목소리가 냈다.
최황 녹색연합 활동가는 "1990~2000년대 신안·진도 앞바다에서 채취된 해사 규모가 1억5000만㎥로, 인왕산 한 개를 통째로 들어낸 것과 맞먹는 규모"라면서 "수도권 개발의 이면에 연안 붕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안 침식 대응의 컨트롤타워 부재, 정보 비공개, 주민 참여 부족이 반복되는 문제"라며 국가 차원의 통합 대응 체계 구축과 주민 참여 보장을 촉구했다.
김태훈 KEI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항만·도로 건설, 하천 준설, 배후부지 개발 등 난개발이 연안 표사(漂砂) 균형을 무너뜨리고 침식을 가속화한다."고 지적하고 "개발사업 사전 단계에서 침식 영향을 의무적으로 검토하고 기후변화 영향평가와 연계한 재해 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광림 농식품부 해양연안재생과장은 "임미애 의원이 발의한 연안재해 사전영향평가 제도가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며 "연안 정비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재난 대응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연안 침식 정보의 최신화·표준화 시급
권기영 국립수산과학원 해역이용영향평가센터장은 "개발 사업 인허가 시 해안선 변형 예측·지속 모니터링 계획이 꼭 포함돼야 한다."며 "침식 영향 예측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표준화된 방법론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자연 기반 해법 확대 ▲사전 예방 중심 통합 관리 ▲연안 재해 사전영향평가 법제화 ▲토사 총량 관리 체계 도입 ▲주민 참여와 정보 공개 확대를 공통 과제로 제안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연안 국토 보전을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 대응 체계가 시급하다고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환경데일리 =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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