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프레스센터서 비정규직 100인 기자회견
발전소 사망 중대재해 중 97% 하청업체 노동자
기자회견 당일 새벽 발전소내 25살 청년 사망
"비정규직 권리 보장않으면 현실 바뀌지 않아"
미화원,톨게이트, 주차요원 환경오염 노출 커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 이수진 기자]"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대표 100인과 만납시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말 했지만 정작 산업계 현장에서는 여전히 비정규직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의 고통은 사용주들과 정부, 노동부는 1100만명 비정규직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은 적은 없다.
"우리는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되는 들러리가 아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100인을 만나서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기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이 11일 오전 11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은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반을 넘긴지 지금까지 비정규직은 줄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장에는 산업계 각 분야를 대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작업장에서 입던 작업복을 그대로 입고 회견장에 나왔다.
하루평균 6명이 일하다 죽는 대한민국, 발전소 사망 중대재해 중 97%가 하청업체 노동자다. 제철소에서 조선소에서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죽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 발전소 비정규직 이태성씨는 "오늘 새벽에 동료를 잃었다. 그가 죽은 지 무려 6시간 방치돼 있다고 발견됐다."고 울먹였다. 사망자는 20대 젊은 청년이였다. 그가 맡은 일은 석탄을 이송하는 연료공급용 컨베이어벨트에 머리가 끼어 6시간이 지난 뒤에 발견됐다. 그 역시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김 씨는 "정규직 안 돼도 좋으니 더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했는데 꽃다운 젊은 청춘이 또 목숨을 잃었다."고 기자회견장을 숙연케 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1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며 국민들이 들떠있는 가운데 취임과 함께 5월 12일, 당선 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찾았다. 이날 대통령은 "정부와 공공부분부터 모범적 사용자가 되겠다."며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말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제로됐을까. 인천공항 수화물지회 정해진씨는 "정규직 전환은 0명"이라고 했다.
산업은행 승강기관리 하청업체 남용진씨는 발언을 통해 "자회사를 만들어서 임원 퇴직후 일자리만 마련하지만 우리에게 아무런 조치도 없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비정규직도 마찬가지다. 황호인씨는 "고용이 안정되게 하겠다구요? 지금도 해고되고 있다."라며 "법원에서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결을 내렸지만 비정규직은 해고는 진행형, 정부에서도 정규직 전환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 대상에서 제외된 노동자들은 해고되고 있다."라며 왜 부당한 해고를 방치하고 있는지 호소했다. 그를 포함 수백여 명이 12월 31일 해고를 앞두고 있다.
KT 화재로 통신대란이 벌어졌을 때, 수습은 비정규직들이 했다는 KT상용직 김철수씨는 기자회견장에서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본인과 함께 도로에서 앉아 통신선로 작업중 자동차에 치어 죽었다. 지하 관로 맨홀로 떨어졌는데 혼자 죽은 동료를 끌어올렸다."고 119구급차로 이송했지만, 병원 진단은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눈물을 떠뜨렸다.
성폭력, 성희롱에 내몰린 비정규직도 방치되고 있다. 기간제 교사의 성폭력 경험이 54.5%에 달한다. 많은 여성들은 미투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바뀌기를 요구하고 있다. 기간제교사 박혜성씨는 "그런데 정말로 이 현실은 바뀌고 있는가. 성희롱과 성폭력은 사회적으로 약자인 비정규직들에게 더 집중되고 있다. 비정규직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면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판매 비정규직 최현진씨는 "노조 가입했더니 침 뱉고 폭행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광주 위아 비정규직 정준현씨는 원하청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겠다구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까?"라며 먼저 묻고, 대기업들은 100% 하청으로 일하는 공장을 만들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있다."라며 "정부는 '공정경제'를 확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여전히 원청의 전횡으로 고통받고 있다. 원청의 책임부터 묻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출판 노동자도 예외는 아니다. "편법이 난무해 5인 사업장을 만들어 놓고 아웃소싱을 주는 것은 관행이고, 업무에 시달리다보면 책사고를 나는데 이를 작업자에게 손해배상청구하는 실정으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도 적용되지 않고 노동시간도 적용되지 않다."라면서 "탄력근로제로 피해를 당하고 있고, 언제까지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지"를 출판노동자 안명희씨는 말했다.
이어진 발언은 더 충격적이다. 아이들의 직업체험을 가르치는 한국잡월드, 불법파견 판결까지 받은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비정규직도 마찬가지다. 얼마 안되는 정규직 전환은 자회사라는 가짜 정규직으로 뒤바꿨고, 지역과 학생들을 상담하는 화성시 상담사 선생들은 12월 31일자로 해고통지를 받았다고 했다.
8일 터진 강릉선 KTX 열차가 선로 이탈 사고의 이야기도 나왔다. 가장 당황한 것은 열차에 타고 있던 승무원들이었다고 했다. 누구도 이들에게 현재 어떤 상황이고, 무슨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유는 바로 승무원들은 코레일 소속이 아닌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이러니 사고 메뉴얼에 따른 대응이 제대로 안될 수 밖에, 기자회견문에서 "단절된 정보와 소통의 부재. 시스템에서 소외된 승무원들은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고군분투 할 수밖에 없었다. KTX 선로이탈과 KT 통신대란을 비롯한 연이은 사고의 다른 이름은 위험의 외주화"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이어간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근로자는 TV와 모니터에 들어가는 유리를 만드는데 비정규직들이 노조를 만들자마자 178명이 집단해고 됐다고 폭로했다.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이연순씨는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매일 매일 병원의 가장 더러운 곳을 청소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병원의 직접고용, 모든 차별 해소를 통한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한다."고, 춘천환경사업소에서 일하는 김영희씨는 "지자체 위탁 환경미화원으로 10년 넘게 민간위탁 철폐 직접고용 쟁취 투쟁 중"이라 소개하고 "특히 춘천시 소각장/재활용선별장 노동자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전환 요구하며 투쟁하다 해고돼 1년 넘게 거리에서 투쟁중이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서산톨게이트 수납원 박순향 씨는 "원래 한국도로공사에 저희는 정규직이었다. 어느 순간 사장이 도로공사가 아니라 외주사장으로 바꿔 있었고, 정규직전환 정부정책으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다시한번 고통이다."며 "이미 1심 2심 불법파견 소송에서 이기고 대법에 올라가있는데, 도로공사는 자회사 설립 강행 서명을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도로공사는 자회사설립을 중단하고. 정부는 진정한 비정규직수납원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과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기자회견 낭독문을 통해 국회의원은 자신들의 연봉을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들의 1년 연봉 총액보다 많이 올렸다, 재벌들은 줄줄이 면죄부만 받는다. "대통령, 만납시다.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해가 가기 전에 만납시다. 청와대든 광화문 광장이든 TV토론이든 어디서도 좋으니 한 번 만납시다. 적폐청산의 대상이었던 재벌들도 만난 대통령이 비정규직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거듭 호소했다.
조현철 천주교 신부이자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대표는 "현 정부에서 내세우는 '노동존중'과 '소득주도성장'은 노동의 착취구조인 비정규직과 양립할 수 없다. 상시적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요구했다.
한편 이번 100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통령과 대화를 요청한 직업군을 보면, 마트노동자, 조선소 사내하청, 방송 드라마 스태프, 보라매병원 환경미화, 춘천환경 청소노동자, 대리운전 노동자, 대한항공 비행기청소, 한국마사회 경비, 국립오페라합창단 성악가, 아시아나항공 지상여객서비스, 서산톨게이트 수납원, 국립국악원 청소노동자,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서울시공무직 하수담당, 재택집배원, 연세대 환경미화, 무용인,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서울대병원 환경미화 한국잡월드 군체험강사, 동서울우편집중국 우정실무원, 학교 방과후 강사, 로칼크린환경 재활용생활폐기물 수집운반,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지회, 인터넷설치 LG수리기사, 쌍용양회 비정규직, 현대모비스 울산 공장 노동자, 현대제철 당진 노동자, 한국가스공사 시설관리, 케이블방송 설치 수리기사, 김천시청 통합관제센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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