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원 의원 토론회서 영업비밀 남용 더 이상 안돼
3월 시범후 4월부터 화학,전자,도료,자동차 등 실태조사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화학물질(MSDS) 사전심사제도 도입은 궁극적으로 삼성반도체 사태를 없애는 취지다.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성 확보는 물론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는 정부 차원의 사전심사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기업이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면 비공개 또는 묵인돼 왔다.
7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 열린 'MSDS 영업비밀 사전심사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기업, 정부, NGO단체가 한 자리에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동안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화학물질 취급 근로자가 갑작스럽게 사망 또는 질환으로 투병중인 사안에 대해 규명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못했다.
이와 관련, 강병원 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구을) 초선의원은 화학물질 사전심사제도 도입 입법 발의를 하면서 또 한번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강병원 의원은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없는 만큼, 화학물질 관련 유해성과 사전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전심사제도가 하루 속히 도입돼야 한다."면서 "만약 이 법안으로 외압이 들어온다고 해도 막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췄다.
지금까지 화학강국에 걸맞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와 관련한 영업비밀이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컸다.
국회차원에서 MSDS 사전심사제도 도입은 시기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 의원은 법안 마련과 관련, "화학물질 사고는 구미 불산을 비롯, 끝나지 않는 삼성반도체 79명의 근로자 사망자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라며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위협한 작업환경에서 사전심사제도가 없기 때문에 아직도 67%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 사회는 임자운 변호사(반올림)가 맡았다.
임 변호사는 화학물질 안전성을 위한 정부 차원에서 라벨부착을 의무화한다고 해서 선반이 내려앉지 않는다면서, 우리 사회 투명성과 사회전반, 산업계 모두를 위해 화학물질 사전심사제도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신범 노동환경연구소 실장은 주제발표에서 "MSDS 영업비밀 인정조건은 공개된 바 없어야 하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공개될 경우 커다란 손실이 발생할 것임을 기업이 입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말했다.
그는 "기업이 영업비밀이라며 MSDS 세부명을 모르게 하려는 것은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미국, 캐나다, EU 경우는 우리와 정반대"라고 거듭 주장했다.
국내 화학물질 공개 여부와 관련, 해외는 전혀 다르다.
유럽연합(EU)는 노출기준 제정물질 영업비밀 불가, 비밀정도로 인해 노동자 보호 방해 금지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캐나다는 영업비밀 심사 후 승인을, 영업비밀 심사시 사전심사에 대한 적합성까지 평가하고 있다.
미국EPA 경우는 비상대응 및 지역사회알권법에 의거 영업비밀 심사 후 승인해주고 있다. 즉 승인이 결정돼야 유통될 수 있다. 특히 까다로운 신청서류와 고의적으로 누락(유해성 감추기)하기 위한 자료 미흡할 경우 2만5000달러 벌금을 부과한다.
김신범 실장은 "최근 사회적 파장을 키운 가습기살균제 사고가 바로 영업비밀 남용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김미혜 아이앤아이리서치 연구위원은 선진국 MSDS제도상 영업비밀보호제도에 대한 실태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사전심사제도 법적 도입을 위해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일본을 선전하고 1차 기초연구를 완료했다. 특히 유럽연한 ECHA를 방문조사해 한국에 실정에 맞게 자료를 확보했다.
국내 영업비밀보호의 대상을 보면, 시행규칙 제92조, 제41조에는 고용노동부 고시 제10조 제1항 16개 항목중 구성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 만이 영업비밀보호의 대상으로 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결국 삼성반도체 사태 해법찾기에 발목이 잡혀 있는 부분이 이 법적인 조항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영업비밀 신청 심의 기준에서 제한된 범위의 사람들에게 알려진 정보인지, 비밀관리를 위한 적절한 관리조치를 취했는지, 정보가 법적으로 정당한 경제적 이익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김충모 과장은 "화학물질 MSDS 영업비밀 심사제도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화학물질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학계 등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시로 소집하기 어렵고 처리기한도 제한적이다.
김 과장은 "우리나라는 유해성 화학물질에 대해 모든 MSDS에 구성성분을 기재하므로 영업비밀 심사 범위가 더 넓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1안, 2안으로 나눠 위원회 구성, 전담부서 배치도 꾸려서 심사제도롤 수시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화학물질 구성성분 기재를 나라별로 보면, EU는 유해성 물질 12만500여종, 영업비밀 제외는 고유해성물질 6073종, 노출기준 설정물질 약 700종, 고유해성물질과 약 50% 중복된다. 이 가운데 영업비밀 심사대상은 6100여종에 이른다.
캐나다, 미국은 유해성물질은 1만2500여종, 영업비밀 심사대상은 1만2500여종으로 이는 분쟁시 따로 심사를 한다.
한국은 모둔 물질 4만3000여종이 구성성분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 영업비밀 제외 화학물질은 금지, 허가 물질 등 포함 1060종이다. 만약 영업비밀 심사대상할 경우 4만1940여종이 이른다.
김 과장은 "특히 기업이 승인 신청에 부담을 느껴 고의 누락을 시킬 수 있고 이를 적발도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의사, 보건관리자, 근로자 대표가 근로자에게 중대한 건강장애가 발생하는 등 노동부령에 정한 경우 사업주는 화학물질 성분 공개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부과하도록 돼 있다.
삼성반도체 유가족 등 시민단체들이 이 부분이 솜방망이 법이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노동부는 사전심사제도 도입과 관련, 유해성 물질 사전심사제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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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화학물질 영업비밀 사전심사제도 비교표 |
지금까지 드러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모두 71종으로 이 중 61종은 발암성, 생식독성, 생식세포변이원성, 특정표적장기독성, 호흡기과민성, 피부과민성 등 유해화학물질로 나타났다.
국내 전 사업장에 화학물질 관련 취급에 따른 유해성 물질 기준에 대한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노동부의 주장에 대해, 전국민주화학섬유노조연맹 현재순 국장은 "현장에는 이렇게 지켜지는 곳이 없다."면서 "모두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노동부가 사전심사제도 도입에 의지가 있다면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현 국장은 화학물질 노동자 알권리 보장 개선을 MSDS 영업비밀 사전인증제도 마련, 화학물질별 위험정보 라벨 표시 의무화, 사업장 안전보건자료 관리 및 공개의무화, 사업주 MSDS 게시비치 및 교육 의무조항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현장에서 작업환경측정을 비롯, 위험요소가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고지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부는 탁상공론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더 이상 화학물질 사전심사제도 도입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다음달 3월부터 9월까지 일부 제조 수입업체에서 들려오는 30여 종에 대해 물질안전보건자료 및 영업비밀 사유를 제출받아 시범심사를 실시한다.
4월부터 화학, 전자, 도료, 자동차 등 산업분야별 영업비밀 적용 실태조사를 벌여 최종안 마련에 반영하기로 했다.
한편, 2016년도 노동부 국감에서 강병원, 신창현 의원은 노동부가 작성한 안전보건진단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삼성전자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처리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은 "영업비밀이 아닌 부분을 지우고 제출한 것은 잘못"이라며 고용부의 실책을 시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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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화학물질 제도에 대한 비교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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