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조직 산하 농진청같은 기관 신설 필요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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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국립환경과학원 이수영 부지회장, 홍석영 지회장, 김협섭 사무국장 © |
[ 김영민 기자] "환경부는 너무 약하다." 환경 공직에서 떠나는 명예직원들이 퇴임사를 통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은 평생 가슴속에 담아둔 울분의 하소연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평생을 몸담아온 환경부에 대한 애정이 깊이 담긴 마음의 표현이다.
지난달 인천 서구 경서동에 위치한 환경과학의 메카 국립환경과학원을 찾았다. 마침 공단 모 국장의 명예퇴직이 있었다. 기자와 만난 과학원 노조지회장은 살짝 퇴임사 내용을 보여줬다.
환경정책 수립의 심장역할을 하는 국립환경과학원. 이 곳에서 국립환경과학원 홍석영 지회장, 사무국장 김형섭 연구사, 그리고 부지회장 이수영씨를 만났다.
내심 노조 3인방의 표정에는 인터뷰에 괜히 응했나 싶은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고 조직에 누가 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솔직한 이들은 말문을 열었다.
최근 환경과학원내에 마련된 작은 쉼터. 이쉼터도 과학원 선배들의 주는 후원금으로 처음으로 마련된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벽면에는 과학원의 발자취, 노조원들이 활동사진과 전직 과학원 선배들의 남긴 만년필이 전시돼 있는 등 과학원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는 공간이다.
이 자리에서 홍석영 과학원 노조지회장은 "비록 자주 바뀌기는 하자민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이라는 자리는, 우리 직원에게 매우 중요한 위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홍 지회장은 "업무의 특성상 환경과학원의 수장으로써 조직과 업무파악을 하는데 최소 1년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외부 인사가 원장으로 와도 마찬가지다"며 "그런 와중에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아 스스로 사표를 던져야 하는 흐름이 과학원 발전에 누수로 이어지지 않을까 안타까움이 더 한다"고 말했다.
김형섭 사무국장은 "원장 자리에 서게 되면 다 꿈이 있을 터, 그러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교차된다"며, "최근 환경정책을 살펴보면 우리 과학원이 지나치게 에이전시화된 업무를 보고 있어 매우 힘들다"고 호소짙은 말을 꺼냈다.
연구조직 인력 한계, 일반 행정업무로 이중고 호소
▲국립환경과학원 노조원들이 평소에 존경하고 헌신하는 간부공무 원을 찾아 닮고 싶은 간부공무원으로 선정 패를 주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 |
노조활동을 하는 데 있어 제한적인 것은 없지만, 불필요한 환경부의 행정업무까지 겸직하고 있어 정작 환경과학원 본연의 업무인 환경정책 수립과 연구논문, 현장중심의 환경연구와 관련된 일은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의 3인방인 이들은 국립환경과학원의 생명은 연구를 하고 과학적인 지식을 쌓아야 하는데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이러한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오히려 환경부의 정책을 지원하는 업무가 더 많아졌다"면서 "선진환경 선진환경과학을 자리매김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체질개선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규정에는 환경조사 연구가 주 업무로 돼 있다. 그러나 노조 3인방은 "현재의 과학원은 환경부가 못하고 있는 행정적인 측면을 돕는 에이전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연구 과제가 2개가 있으면 한쪽은 소홀할 밖에 없고,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행정적인 업무때문에 지자체에 전화를 하면 환경과학원에 이런 업무도 하느냐고 의야하는 반응을 보일때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이들은 "과학원 조직이나 예산에 비해 과도한 일을 하고 있다"며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농촌진흥청을 룰모델로 제시했다.
이들은 "과학원은 연구가 주 업무임에도 행정적인 일에 과대하게 치중하는 것은 어쩌면 본부(환경부)의 조직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또 하는 일에 걸맞는 위상을 높여야 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에이전시처럼 청의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해 지자체 등이 천대하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거듭 말했다.
▲최근 원장직에서 물러난 김삼권 전 원장(사진 중앙)이 노조원 쉼터 벽면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행사를 펼친 사진도 걸려있었다. 노조원들 은 못내 아쉬운 분 중 한 분이라고 했다. © |
이들은 청의 청의 일을 했을때, 과학원은 과학원의 일을 했을때 그 위상이 나타나지만 지금의 모습은 전혀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환경부의 일이 분산된 우려도 지적했다. "과학원의 연구조직이 화학안전원, 국립생물자원관 등으로 분업화됐지만, 환경부가 이들 기관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으냐는 의문이 든다"면서 "연구조직과 정책간의 거리감을 좁히는 역할을 할 기관이 필요하다. 지금은 중구난방으로 기관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 장관이 원장으로 있을때 과학원의 역할을 확립해놔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다. 환경부 윤성규 장관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원장으로 오랫동안 근무해서 인지 2015년도에 과학원 전체 예산이 10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최근 갑작스럽게 자리를 뜬 김삼권 원장에 대해 아쉬움도 표출했다. 홍석영 지회장은 "사심이 없던 수장으로, 열정으로 다양한 환경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조직을 바꾸는데 노력하려 했었는데 갑자기 사표를 던져 놀랬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조원들의 시선에서 보는 것보다 과학원 모든 식구들이 볼 때 장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전 원장에 대한 평가는 비슷하다며 "조직과 예산을 늘렸다는 것은 수장으로써 큰 역할을 다 한 것"이라며 김삼권 전 원장에게 높게 평가했다.
▲대한민국 환경과학원의 이정표가 선진국 수준에 버금갈 수 <사진 안상석 기자> © |
또한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세비는 손대지 말라고 하고. 우리 연금만 손본다는 것은 매우 맥빠지는 현실"이라며 힘없고 반발못하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연금을 건드리는 것도 섭섭하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미래 청사진은 노조원들의 숨은 노력의 결실에서 시작한다. 다만, 환경정책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더욱 체계적이며 탄탄하게 과학원 고유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변화를 꿈꾸고 있음을 홍석영 지회장, 김형섭 사무국장, 이수영 부지회장의 눈빛에서 볼수 있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년내 세계 4대 환경연구기관으로 발돋움을 목표로 삼고 있다. 800명 환경과학원 사람들은 연구 실용성 강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주제 발굴을 기대하며 불꺼진 원장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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