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465일째 삼성 본관 앞 노숙농성 끝나지 않는 채 안타까워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 노골적인 자료 은폐, 산재 방해 주장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10년 째 계속되는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또 한 명의 삼성반도체 노동자가 사망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근무했던 고 김기철(85년생)이 14일) 새벽 4시 48분,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고 15일 밝혔다.
그의 나이 만 서른 한 살, 반올림에 제보된 삼성반도체, LCD 직업병 피해자 중 79번 째 사망이고, 백혈병으로만 32번 째 사망자가 됐다고 밝혔다.
고인은 2006년 11월 30일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크린팩토메이션(주)에 입사한 후, 계속 삼성전자 화성공장 15라인에서 근무했다. 15라인은 수백 종의 화학물질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는 곳이었고, 고인은 이곳에서 반도체 웨이퍼 자동반송장비(OHT, STK)의 유지 보수 업무를 담당했다.
이들 설비는 15라인 곳곳에 퍼져 있었기 때문에, 고인은 웨이퍼 가공 공정에 속하는 세부 공정(확산-포토-식각-증착-이온주입 등) 사이를 수시로 이동해야 했다.
특히 설비 정비를 위해 오래 머무는 곳 주변에 전리방사선 노출이 알려진 이온주입 공정과 벤젠 등 발암물질 노출이 알려진 포토 공정이 있었다. 작업환경측정자료에 따르면 설비 세척용제로 메탄올을 사용했다.
결국 고인은 이러한 유해인자들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작업자중 한 사람이였다고 반올림측은 밝혔다.

문제는 삼성전자 화성공장은 고인이 업무를 중단한 그 다음 해(2013년)에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에 의해 무려 2004 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된 곳.
고인 유가족에 따르면, 입사 전 매우 건강했을 뿐 아니라 백혈병과 관련된 어떠한 병력이나 가족력도 없었다고 특수한 근무로 인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고인은 입사한 지 6년만인 2012년 9월경 '급성골수성 백혈병'진단을 받았다. 당시 고인을 진단했던 아주대병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도 고인의 업무내용을 듣고는 진단서에 "질병과 직업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썼다.
고인은 곧바로 그해 10월 16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 신청을 했다. 하지만 공단은 고인의 업무환경을 평가함에 있어 회사 제출 자료에 의존했을 뿐 아니라, 설비고장, 가스누출 등으로 일시적이나마 유해물질의 고농도 노출이 가능한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공장 안에 설치된 가스 유기화합물 감지시스템 작동 내역에 대해서도 검토하지 않았다. 결국 공단은 '유해물질 노출량이 특별히 높다는 증거가 없다'며 산재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고인은 불복 소송을 제기했지만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의 노골적인 자료 은폐가 있었다고 반올림측은 강조했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에서 항상 제기돼왔던 자료 은폐 문제가 이 사건에서 가장 심각하게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재판부가 고인의 업무환경에 관한 자료를 요청하자, 1년 6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한차례 독촉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보다 못한 재판부가 같은 자료에 대한 문서제출 명령을 발하려 하자, 그제야 "해당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등의 답변을 냈다.
노동부와 그 산하기관들 역시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 실태를 점검한 자료들(작업환경측정 보고서, 특별감독보고서, 종합진단보고서 등)을 "사업주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거나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특히 노동부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법원의 문서제출 '명령'이 있었음에도 "지방고용노동관서가 판단할 문제"라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답변으로 사실상 그 명령마저 거부했다.
삼성과 노동부의 이러한 태도로 인해 소송이 제기된 지 2년이 되도록 자료제출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고인은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 |
| ▲현재(2017. 1. 15.)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백혈병 등 피해제보 및 산재신청 현황 |
고인은 2015년 12월, 삼성전자의 보상위원회에 보상신청을 했다. 삼성전자가 그해 9월, 조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해결 약속을 파기하고 자체 보상절차를 강행하면서, 보상 신청 기한을 2015년 12월까지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병원비 등으로 이미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가족들에게 삼성의 그러한 태도는 사실상 합의를 종용하는 것에 가까웠다.
가족들은 삼성이 일방적으로 정한 합의금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그 후 얼마되지 않아 고인의 백혈병이 재발돼 경제적 부담도 더 커졌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반올림측과 삼성반도체 피해 사망 유가족들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고려 조정위원회측에게 삼성으로부터 독립된 공익법인이 운영하는 지속가능한 보상 절차를 권고했으나, 삼성은 이마저 거부했었다고 주장했다.
올 3월이면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고 황유미씨(23세, 2007년 3월 6일 사망)의 10주기다.

반올림측 노무사인 이종란씨는 "여전히 그 공장에서는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나오고 있다. 직업병 피해가족들을 대하는 삼성의 태도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고인은 가족들에게 착하기만한 아들이었고, 병이 나으면 다른 직업병 피해자들을 돕겠다고 했던 정의로운 청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윤추구에만 몰두해 노동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삼성, 직업병 피해 노동자의 산재보상 조차 자료은폐로 가로막는 삼성과 노동부에 의해, 또 한명의 젊은 노동자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고 안타까움이 너무 크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반올림은 2017년 각오도 밝혔다. "오랜 투병 끝에 서른 한 살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 김기철 님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이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올바른 사죄와 보상, 철저한 예방대책을 이행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국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465일째 삼성 본관 앞 노숙농성도 끝나지 않는 채 2017년 새해 또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이 다하고 숨을 거뒀고 지금까지 79명의 목숨 한 사람 한 사람 마다, 그들의 꿈과 희망이 무너진 것은 직업을 잘못택했고 기업을 선택한 잘못이 아님을 강조했다.
바로 고인의 삶을 빼앗고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 이 처참한 현실을 더욱 참혹하다면서 반올림은 결코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고 거듭 주장했다.
불법 세습경영을 완성하기 위해 박근혜-최순실에게 480억 뇌물을 건내고, 노동자들의 권리와 생명을 함부로 여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최고책임자로서 직업병 방치, 산재 은폐, 79명의 죽음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삼성의 노동자 살인을 멈출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환경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