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라틴 대륙 통합 가뭄 대응 무계획
공정한 물 배분 정책, 과학 기반 적응 필수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메마른 풍경은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칠레는 지난 천 년 중 가장 길고 극심한 메가 가뭄을 겪고 있고, 이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지구 온난화로 인해 더 강력해진 세계적인 현상의 일부임이 밝혀졌다. 15년 이상 지속된 칠레의 메가 가뭄은 이미 생태계와 농업 시스템을 파괴했고, 지하수 고갈과 산업 전반의 위협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원(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Austria)의 빙하학자이자 새로운 글로벌 메가 가뭄 연구의 저자인 프란체스카 펠리치오티(Francesca Pellicciotti) 교수는 "흔히 가뭄을 농업이나 산불과 같은 눈에 보이는 피해로만 생각하지만, 심층 지하수 고갈과 같이 잘 드러나지 않는 심각한 결과들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위성 데이터 분석 결과, 일부 숲은 가뭄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나무가 되살아나지 못한다면 그 숲에 의존하는 생태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며 우려했다.
펠리치오티 교수와 스위스 연방 산림·설빙·경관 연구소(Swiss Federal Institute for Forest, Snow and Landscape Research), 싱가포르 국립대(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의 공동 연구팀은 칠레 메가 가뭄의 원인을 밝히고자 연구를 시작했지만, незабаром 그 범위는 전 세계로 확장됐다.
펠리치오티 교수는 "이 프로젝트는 칠레에서 장기적인 가뭄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목격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더 깊이 연구할수록 이것이 훨씬 큰 패턴의 일부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40년간의 기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대륙에서 발생한 1만 건의 가뭄을 분석하여 메가 가뭄이 전 세계적으로 더 길어지고, 자주 발생하며, 그 강도 또한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펠리치오티 교수는 "칠레 메가 가뭄은 우리의 전 세계 가뭄 분류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이는 다른 지역의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더 심각한 것은 기록상 가장 더웠던 최근 3년간의 데이터가 아직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상황은 우리가 보고한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칠레는 강수량이 적은 시기에 빙하가 저수지 역할을 해주는 국가다. 따라서 빙하의 현저한 크기 감소는 계절적 가뭄을 고려하더라도 물 부족이 심화됐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펠리치오티 교수는 다른 지역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강이 사라지고, 수문학적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이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위협에 맞서 많은 이들이 정부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정부 정책은 예측 가능하고 극단적이지 않은 가뭄 추세를 염두에 두고 수립됐다.
그는 "기존 정책들은 단기 가뭄에 맞춰 설계됐고, 10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 가뭄에는 적합하지 않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기 전에 물 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물 정책과 관련,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는 물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다. 칠레에서는 이미 물 접근 권한을 두고 격렬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정책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쟁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협력 강화와 물 권리에 대한 형평성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 초국가적인 물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와 같은 지역은 아직 통합적 가뭄 대응 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물 관리 및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메가 가뭄이 심화된 이후에야 대응하는 소극적 계획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효과적 대응을 위해 공정한 물 배분 정책, 장기적이고 과학에 기반한 적응 전략, 그리고 국가 간 및 공공-민간 부문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펠리치오티 교수는 "칠레는 이미 농부, 광업 회사, 지역 사회 간에 줄어드는 물 공급량을 두고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더 나은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분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메가 가뭄은 국경을 존중하지 않는다. 각국은 협력하여 데이터를 공유하고 공동 물 관리 계획을 개발해 최악의 영향을 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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