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인권은 더 심각한 수준, 대기업 나몰라라
미흡한 통제,수산물 가공 규제 약화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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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그린피스 © 환경데일리 |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 "수산업계에 종사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고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 처해 있다. 그들의 긴 노동시간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통해 우리의 시장에 수산물이 오른다."
후완 소마비아, 전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sation: ILO) 사무총장는 현실을 이렇게 진단했다.
최근 수산업계의 노예노동과 노동력 착취에 관한 그린피스 보고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 오양 75호, 변하지 않은 선원 인권유린 사태를 보겠다.
2011년 6월, 오양 75호에서 39명의 외국인 선원이 탈출하면서 알려진 사건. 탈출한 선원들은 뉴질랜드 당국에 오양 75호에서 일어난 노동착취, 폭력, 임금체불 등을 알렸고, 이는 뉴질랜드를 넘어 국제사회를 경악케 했다. 2012년 2월 발표된 뉴질랜드 정부의 보고서에는 한국 원양어선에서 벌어지는 선원 노동착취와 인권침해 문제의 심각성과 지속성이 지적됐다. 2012년 6월,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한국 사조오양 본사 앞에서 규탄시위를 하며 그 구체적 내용이 밝혀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뉴질랜드는 자국 해역에서 조업하는 외국 용선에 대한 감시 및 통제를 강화하고자 관련 수산법을 개정, 2016년 5월부터 외국 용선의 국적변경(Re-flagging)이 의무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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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그린피스 © 환경데일리 |
값 싼 수산물의 실제 값, 우리가 먹는 수산물의 실제 값은 얼마일까? 이 질문에 통쾌하고 양심적인 답변을 할 기업들은 얼마나 될까.
해양자원 고갈에 따른 어획량의 감소와 간접비의 증가는 수산업계가 점점 더 값 싼 노동력에 의존하거나 심지어 강제노동을 이용하는 등, 파행적인 기업활동을 벌이는데 일조했다.
또한 해상에서의 미흡한 통제와 법의 집행은 수산물의 양식 및 가공에 대한 규제의 약화로 이어졌다. 이에 기인한 인적 고통과 환경 파괴는 가려진 채, 피해자인 선원들은 도움을 청하거나 벗어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바다 어자원의 약 90%는 "완전히, 또는 과도하게" 착취된 상태다. 값 싼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산업계의 파괴적인 조업은 해양자원의 고갈뿐 아니라, 수 많은 수산업 종사자들의 안전과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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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이주노동자 인권문제. 제공 그린피스 © 환경데일리 |
지속가능한 바다를 위해, 해양생태계를 보존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어업방식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정부와 수산업계는 어선에서 벌어지는 노동착취와 파괴적 조업활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관련 노동 정책 및 수산업 정책의 개정과 시행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2014 인신매매보고서 발간 기념 연설에서 "불법적이고(illegal), 지속불가능하며(unsustainable), 규제로부터 벗어나 있는(unregulated) 업계에서는 사람을 착취해 이익을 얻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수산업계의 인권유린과 파괴적 어업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문제다. '비용의 최소화, 이윤의 극대화'라는 효율성의 법칙에 따라 업계의 파행적 노동력 착취는 불법어업(Illegal,Unreported, Unregulated: IUU)의 경계로 넘어오기도 한다.
노동법을 고려하지 않는 선박 소유주들은 수산업 관리규정은 물론이고, 환경보존과 해양생태계의 지속가능성 등, 전 인류를 위한 가치 또한 등한시한다. 값 싼 수산물에 대한 수요의 증가와 업계의 비도덕적 기업운영이 맞물려 이처럼 파괴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
조금 더 싸게 더 많이 먹기 위해, 좀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가치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셈이다.
해상전재(Transshipment)와 편의치적제도(Flag of Convenience)는 선박소유주들이 쉽게 통제를 피해갈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로, 이로 인해 해양생태계 파괴와 바다 위 노동착취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상전재(Transshipment)는 바다 위에서 어획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운반선으로 옮겨 싣는 작업을 해상전재라 한다. 원양어선은 불법어획물을 은폐하고 해상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소형 어선을 이용해 어획물을 대형 화물선으로 옮겨 싣고 필요한 물품과 연료를 보충하는데, 이를 통해 항만국의 통제와 검사 또한 피할 수 있게 된다.
편의치적제도(Flag of Convenience: FoC)는 선주의 국적과 어선의 등록된 국적이 다른 형태로 조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용선(타사의 배를 빌려 어업하는 것)으로 조업을 하는 것이다. 선박은 기국의 여러가지 연관 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규범, 규정이 미흡하거나 법률망이 느슨한 국가의 선박으로 기국을 바꿀 경우 규제와 감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총 수산물 어획량 세계 13위의 수산강국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국내 총 어업생산량은 3,305,700톤이며, 이 중 양식을 제외한 약 32%(약 1,060,000톤)는 연근해에서, 약 20%(약 669,160톤)는 원양에서 어획된다.
이와 더불어 한국은 한 해동안 수입한 해양수산물의 양이 총 5,231,330톤(2014년 기준)8에 달해, 수산물 수입국으로도 전 세계 10위9 안에 드는 것으로 기록됐다. 또한 한국인의 수산물 섭취량은 전 세계 일인당 연간 해산물 소비량인 19.2kg10의 약 3배에 달하는 54.9kg11이다(2012년 기준).
한국은 선원 인권침해와 노동착취 등의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위신을 잃고 있다. <다음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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